
11번가가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슈팅배송 전국 확대와 동시에 비용 투입이 큰 리테일(직매입) 비중을 줄이는 '이중 전략'을 통해 흑자 전환을 노리는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주일 내내 전국 슈팅배송
최근 11번가는 빠른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주 7일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이달부터는 수도권 외 지역에 주말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슈팅배송은 직매입 상품과 셀러 위탁 상품을 익일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11번가가 슈팅배송 주말배송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11번가는 슈팅배송으로 배송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직매입 상품 수를 효율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생필품 등 주문량이 많은 상품을 중심으로 직매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현재 한진택배의 물류망을 기반으로 주 7일 빠른 배송을 운영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이 수년간 100여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전국에 확보하기 위해 수조원을 들인 것과 다른 행보다.

그 이유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빠른 배송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한 후 물류센터에 보관한 후 배송하는 구조다. 직매입 상품은 거래액이 그대로 매출에 반영돼 매출 규모가 크게 잡히지만 재고 부담과 물류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엔 악영향을 미친다.
11번가는 슈팅배송을 지난 2022년 6월 시작했다. 그해 11번가는 역대 최대 연매출을 기록했지만, 연간 영업손실은 1500억원을 넘기며 적자 폭이 2배가량 확대됐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지난해부터는 전략적으로 재무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실제 재고자산은 2022년 719억원, 2023년 797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엔 232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95억원)에 비해 50% 넘게 개선한 수치다. 그동안 분기마다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사업 구조 변화가 실적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직매입을 줄인 영향이 바로 나타난 셈이다. 물론 적자 폭을 줄인 만큼 매출이 감소하는 부작용도 뒤따랐지만 예상된 수순이었다.
'적자 기업' 이미지 벗어날까
11번가는 물류센터 건립 등 중장기적인 투자보단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일단 '적자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엔 사옥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했다. 임대료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해서다.
지난달 말엔 수장도 바뀌었다. 지난 2년여간 11번가를 이끌어온 안정은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나고, 후임으로 박현수 고사업책임자(CBO)가 대표로 선임됐다. 박 대표 역시 취임하자마자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4개월째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오픈마켓 사업과 운영효율화를 진행 중인 리테일 사업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손익 개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올해 전사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수익 창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11번가의 연중 최대 규모 쇼핑축제인 '그랜드십일절'을 올해부터 5월과 11월 두 차례 실시하기로 했다. 더불어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타사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최근 자체 산지 직배송 신선식품 전문관 '신선밥상'과 SSG닷컴의 '이마트몰' 등을 한 곳에 모은 통합 장보기 전문관 '마트플러스'를 오픈했다.
특정 카테고리를 키우기 위해 멤버십 혜택도 강화했다. 11번가의 올해 핵심 카테고리는 '마트'와 '패션∙뷰티'다. 마트, 뷰티, 디지털로 무료 멤버십 혜택을 확대해 고객 록인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한층 더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상태"라며 "장기적으로 업계 내 입지를 확대하려면 직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11번가는 현재로썬 자금 여유가 없기에 직매입 상품군을 줄이고 슈팅배송 지역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