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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셔츠는 있는데 '하버드 셔츠'는 없는 이유

  • 2024.12.08(일) 11:00

[생활의 발견]옥스퍼드 셔츠의 기원
19세기 영국 폴로 경기에서 착용
미국, 일본 등을 거쳐 '시티보이룩' 유행

o/그래픽=비즈워치

올해는 단정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인 그랜파코어, 드뮤어룩 등이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단정한 스타일엔 셔츠가 빠질 수 없죠. 다양한 디자인의 셔츠들이 있지만, 칼라에 단추가 달려있는 영국의 명문대학 이름을 가진 셔츠가 있습니다. 바로 '옥스퍼드 셔츠'입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익히 들어보신 셔츠 종류 중 하나일텐데요.

빈티지 스타일부터 포멀룩까지 모두 연출 가능한 기본템, 옥스퍼드 셔츠. 그런데 왜 옥스퍼드 셔츠에는 '옥스퍼드'라는 이름이 붙게 됐을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옥스퍼드 셔츠의 기원과 유명세를 타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폴로 경기복에서 출발

옥스퍼드 셔츠의 정식 명칭은 옥스퍼드 클로스 버튼다운 셔츠(Oxford cloth button-down shrit, OCBD)입니다. 당시 영국 스코틀랜드의 방직공장에서는 옥스퍼드, 하버드, 케임브리지, 예일 4개 명문대학 이름을 딴 원단을 만들었습니다. 명문대학들이 가진 품격과 전통, 지적 이미지를 상품에 반영해 원단의 가치를 높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죠.

시대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패션과 직물 산업은 브랜드 이미지와 이름의 상징성이 중요했던 시기였습니다. 명문대학의 이름은 지식과 품격을 상징했고, 소비자들에게 원단이 고급스럽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네 가지 원단 중 옥스퍼드 원단만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원단은 날실(세로 방향 실)과 씨실(가로 방향 실)을 두 개씩 짝지어 교차하는 독특한 직조 방식으로 제작해서, 다른 원단보다 내구성이 강했습니다.

옥스퍼드 셔츠 /사진=OpenAI 이미지

또 클래식, 캐주얼 등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한 점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격식을 갖춘 자리와 일상적인 자리 등 상황마다 적절히 착용할 수 있어서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효과를 냈고요.

이 원단을 사용했다고 해서 다 옥스퍼드 셔츠라고 부르는 건 아닙니다. 19세기 폴로 경기의 선수들이 입던 유니폼이 있는데요. 선수들은 경기 중 셔츠 칼라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막고자 셔츠 깃에 핀을 달았습니다. 이 디자인이 현재 'OCBD'의 시초가 됐습니다.

옥스퍼드 셔츠의 정석(?) 기준도 있다고 하는데요. 옥스퍼드 원단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 요건도 있습니다. 우선 칼라의 길이가 9㎝ 이상어야 한다고 합니다. 칼라를 고정하는 단추는 칼라 끝보다 위에 달려있어야 하고요. 칼라는 단추에 걸어 접혔을 때 살짝 곡선을 그립니다. 넥타이를 매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입니다. 셔츠 뒷면 등판 부분에는 박스 모양의 주름인 '박스 플리츠'에 고리가 달려 있어야 합니다.

대중화는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옥스퍼드 셔츠의 대중화는 옥스퍼드 대학교가 있는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뤄졌습니다. 1896년 미국 클래식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가 영국의 폴로 경기에서 영감을 받아 상업용 옥스퍼드 클로스 버튼다운 셔츠를 미국에 출시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에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생들이 OCBD를 교복처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셔츠를 착용한 모델들 /사진=이랜드그룹

상류층 대학생들이 옥스퍼드 셔츠를 착용해 자신들의 학문적인 우수성과 세련된 취향을 은근히 과시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옥스퍼드 셔츠를 선호했다는 겁니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옥스퍼드 셔츠를 즐겨 입은 것도 아이비리그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입으면서 옥스퍼드 셔츠가 단순한 의류를 넘어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났다는 겁니다.

시티보이룩의 탄생

옥스퍼드 셔츠는 일본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현재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수석 임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옥스퍼드 셔츠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입니다. 2010년대 뽀빠이 매거진 편집장이었던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옥스퍼드 셔츠, 치노 팬츠 등의 아이템으로 연출한 '시티보이' 콘셉트를 처음 소개했습니다. 시티보이룩은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코디로 정의됩니다.

일본의 유명 편집숍 '빔즈'에서는 직원들이 유니폼으로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 손님을 응대하기도 했는데요. 1999년에 론칭한 '빔즈 플러스' 라인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을 재해석한 옥스퍼드 셔츠를 선보였습니다.

스파오 매장 내 옥스퍼드 셔츠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그렇게 시티보이룩은 일본을 넘어 최근 몇 년 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선 연예인, 인플루언서,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옥스퍼드 셔츠를 활용한 스타일이 자주 등장하면서 시티보이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확산했죠. 동시에 여러 브랜드들이 시즌 콘셉트로 시티보이룩을 출시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옥스퍼드 셔츠는 19세기 영국에서 폴로 선수들의 유니폼으로 사용될 때는 고급 스포츠 의류였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아이템이 됐습니다. SPA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채로운 색상의 옥스퍼드 셔츠를 선보이면서 소비자 접근성을 더 높였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패션은 지나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클래식한 매력을 갖춘 패션은 오랜 기간 사랑 받는 것 같습니다. 역사와 문화, 스타일을 담은 '넥스트 타임리스 아이템'은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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