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신화를 쓰고 있는 삼양식품이 40년만에 해외 현지 생산기지를 세운다. 새로운 해외 공장을 세울 곳으로는 중국을 낙점했다. 중국은 삼양식품 최대 수출국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40년만이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중국 현지 내수 시장에 대응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생산법인과 현지 공장을 설립한다. 이 생산법인 설립 투자를 위해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을 만들고 투자거점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중국 생산법인은 중국 자싱시 내의 식품산업단지에 세워질 예정이다. 자싱시는 중국 판매법인이 위치한 상하이와 100㎞ 정도 떨어진 위성도시다. 삼양식품은 6개 생산라인을 갖춘 이 공장을 2027년 1월 완공할 예정이다. 투자 예상금액은 2014억원이다. 이 중 4518만 달러(약 650억원)는 삼양식품이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중국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이 차입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한다.
삼양식품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것은 40년 만이다.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9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1974년 미국 수출을 맡는 현지 지점을 세운 데 이어 1979년 현지법인인 삼양아메리카를 만들었다.
삼양아메리카는 1983년 560만 달러를 투자해 LA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까지 받아 설립된 이 공장은 이듬해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준공 당시 기준 연간 7200만개의 라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미국법인을 철수했다.
수출 효자 불닭
이후 삼양식품은 20년 이상 해외 공장 없이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했다. 이전까지는 수출의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생산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불닭 브랜드가 SNS에서의 챌린지 문화로 관심을 얻으면서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2019년 일본, 2021년 중국, 지난해 인도네시아, 올해 네덜란드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철수의 쓴맛을 봤던 미국에도 2021년 다시 삼양아메리카라는 이름의 현지 판매법인을 뒀다. 불닭은 현재 100여 개 국에서 연간 약 10억개가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는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냈을 정도다.
해외 매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기 시작하자 삼양식품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밀양에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밀양2공장의 생산라인 수를 5개로 계획했다가 이를 6개로 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밀양2공장 완공 후에도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은 삼양식품이 판매법인을 둔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관세 리스크가 떠오르면서 미국 현지 생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양식품의 선택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 공략 박차
삼양식품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중국이 삼양식품의 가장 큰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의 중국 매출은 2022년 1287억원에서 2023년 2213억원으로 72.0%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306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0.9% 성장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22년 623억원, 2023년 1608억원으로 158.1% 성장했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6.7% 성장한 2702억원의 매출을 냈다. 성장률은 미국이 더 높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크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더 가깝고 상대적으로 공장 건립 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중국 사업을 더욱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중국 공장에서는 중국 수요가 높은 제품을 위주로 생산해 중국 시장에 맞춘 전략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지 생산으로 인건비, 물류비 등을 줄여 중국 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은 2022년 중국에서 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47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올 1~3분기에도 중국 영업이익은 32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9.8% 줄어들었다.
중국 공장이 설립되면 국내 공장은 미국, 유럽 등 서구권 수출 물량에 대응하게 된다. 미주 시장을 겨냥한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밀양1공장은 중국 수출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1공장 역시 미주 수요를 맞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공장은 자싱시 식품산업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라며 "완공 시점은 공시상 2027년 1월말이지만, 싱가포르 유한회사의 자본급이 납입전이라 착공 시점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