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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관세'가 온다…삼양식품, 미국 날개 꺾이나

  • 2025.02.13(목) 07:30

불티나게 팔린 불닭…"없어서 못 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성장에 탄력
수출 제동 우려…미국 관세 정책 촉각

/그래픽=비즈워치

삼양식품이 미국 수출길을 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언제 한국으로 옮겨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라면 전량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만큼 고관세가 현실화되면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불닭 효과

삼양식품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45% 증가한 1조73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133.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년 새 7.5%포인트 상승한 19.9%를 기록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주목할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일반적으로 식품사업은 이윤이 크게 남는 업종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영업이익률이 5%를 넘으면 높은 편으로 본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이보다 4배나 높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로 대부분이 불닭 브랜드다.

특히 미국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상당했다. '없어서 못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불닭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K라면의 지난해 수출액도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동안 라면 수출 금액은 총 12억4900만달러(약 1조8148억원)다. 전년 대비 31.1% 증가했다. 전체 수출 시장 중 1위인 대미 수출액은 70.3% 성장한 2억1600만달러(약 3138억원)로 집계됐다.

불닭 브랜드 라인업./사진=삼양식품 제공

당초 삼양식품은 올해도 불닭 브랜드라는 날개를 달고 미국에서의 성장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급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대미 무역 흑자가 큰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25%)는 30일간 유예했으나,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시행키로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미국 관세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세 직격탄 '노심초사'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식품 기업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우지 않는 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이 그렇다. 미국 현지 공장이 없는 삼양식품은 부산항과 가까운 밀양1공장을 통해 해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경상남도 밀양시에 위치한 삼양식품의 밀양 1공장./사진=삼양식품 제공

현재로선 미국 공장 건립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올해 상반기 내에 1공장에 이은 2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다,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중국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공장 건립이 완료되면 생산 능력(CAPA)이 늘어나는 만큼 미국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고관세가 부과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으로 보내는 라면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결국 삼양식품이 고관세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파는 불닭볶음면 가격은 한국보다 두 배가량 높은 2000원대다.

일본 도쿄의 한 슈퍼마켓 한국 코너에 삼양식품 제품이 놓여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K라면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이번 기회에 삼양식품이 불닭 브랜드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라면의 본고장이자 국물 라면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이다. 시험대로 제격인 일본에서 국물 라면으로 성공하게 되면 아시아는 물론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최근 삼양식품이 맵탱의 글로벌 브랜드 '맵'을 일본에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미국에 투자를 단행해 공장을 지은 업체들은 이번 사태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어 크게 걱정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삼양처럼 국내 공장을 거쳐 수출하는 기업들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진을 줄여 관세 부담을 감내할 것인지, 가격을 올릴지가 관건"이라면서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이 심해질 수 있고, 이는 곧 판매가 줄어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건 우려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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