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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재고'였던 일품진로, 이젠 한 병에 '16.5만원'

  • 2021.07.13(화) 14:02

21년 숙성 원액 사용…8000병 한정
'악성재고' 오명…마니아층 중심 인기

한때 악성재고로 골치를 썩였던 제품이 이젠 없어서 못파는 제품으로 변신했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소주 '일품진로' 이야기다. 일품진로는 원래 1990년대 국내 고급 소주 시장을 열었던 제품의 원액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파산하면 악성재고로 남았다. 그러다보니 오랜 기간 숙성됐고 이젠 '명주(名酒)'로 거듭났다.

하이트진로는 21년 목통 숙성 원액 100%로 완성한 '일품진로 21년산'을 8000병 한정판매한다고 13일 밝혔다. 판매일은 오는 20일이다. 일품진로 21년산 한 병 당 출고가는 16만5000원이다. 한박스(375㎖ 6병 기준)에 99만원이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일품진로 18년산’ 출시를 시작으로 ‘일품진로 19년산, 20년산’ 등 매해 한정판을 선보였다. 일품진로 21년산은 풍미가 가장 뛰어난 중간층 원액만을 선별해 21년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목통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교체하는 등 긴 시간 동안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맞춰 탄생했다.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일품진로 21년산' /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사실 '악성재고'였다. 1996년 당시 진로는 국내에 불던 프리미엄 소주 시장 바람을 타고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쌀로 만든 증류식소주를 1년 이상 참나무통에서 숙성해 일명 '위스키 소주'로 불렸다. 

하지만 1년 뒤 외환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진로는 무너졌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도 사라지면서 결국 참나무통 맑은소주도 단종됐다. 이후 진로는 하이트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하이트진로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수천개의 오크통에 담아뒀던 증류식 소주는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고 속절없이 시간만 지났다. 그렇다고 수년간 담근 술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오크통 속 소주는 고스란히 숙성됐다. 그러다 지난 2007년 하이트진로는 이를 전격적으로 상품화하기로 결정했다. 일종의 '재고 떨이'였지만 품질은 뛰어났다. 이것이 일품진로의 시작이다. 당시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첫 일품진로는 1997년 오크통에 처음 담겼던 원액을 사용했다. 10년만에 세상에 나온 셈이다.

'일품진로' 숙성실 모습 / 사진제공=하이트진로

초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마니아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일품진로는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3년 8만병이었던 일품진로 판매량은 2017년 90만병까지 늘었다. 패키지를 바꾸고, 알코올 도수를 소비자 입맛에 맞춰 조정한 것도 일품진로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하지만 판매가 늘자 이번에는 원액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악성재고였던 것이 없어서 못파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숙성원액 확보를 위해 한동안 숙성기간이 짧은 원액을 활용한 제품을 내놨다. 일종의 원액 확보를 위한 시간 벌기에 들어간 셈이다. 매년 일품진로를 선보였지만 수량을 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확보한 원액과 숙성시간을 통해 내놓은 제품이 이번 일품진로 21년산이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투자를 통해 참이슬, 진로 등 일반 소주부터 일품진로 등의 최상급 프리미엄 소주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제품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주류인 소주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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