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보면 어느 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이온음료는 오랫동안 제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포카리스웨트'나 '파워에이드' 모두 음료수로 즐기자니 맛이 없었습니다. 수분 섭취를 위해 마시려 해도 짠맛이 느껴지는게 어딘가 믿음이 안 갔죠. 그래서 저는 보통 어린 시절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곤 했습니다. 음료수로서는 이온음료보다 콜라같은 탄산음료를 즐겼습니다. 손예진 씨가 출연한 광고도 제 마음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온음료를 좋아하게 된 것은 군 입대 이후부터였습니다. 저는 공군 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매주 전투구보 후 사이다와 포카리스웨트를 나눠줬습니다. 한동안 사이다만으로 충분히 갈증이 풀렸습니다. 그런데 12주 동안 훈련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계를 느꼈죠. 그때 무심코 집어든 포카리스웨트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컨디션이 한 순간에 회복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죠. 동기 중 누군가는 전투구보 후 마시는 포카리스웨트를 '뿅가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포카리스웨트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임관을 하고 부대에 발령을 받은 후에도 종종 운동 후 포카리스웨트를 마셨지만, 그 때처럼 맛있지 않았습니다. 갈증도 덜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포카리스웨트가 '원효대사 해골물'은 아닐텐데 말이죠. 왜 2013년 5월 진주 어딘가에서 마셨던 포카리스웨트가 유독 맛있었던 걸까요. 포카리스웨트의 제조사 동아오츠카에 연락해 봤습니다.
이온음료가 물보다 갈증을 빨리 풀어주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수분 90g과 당분·염분 등 전해질 10g이 손실된 사람이 물만 마신다면 '전해질' 때문에 갈증을 계속 느끼게 됩니다. 반면 이온음료를 마시면 수분과 전해질을 한 번에 보충할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빠르게 회복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가 포카리스웨트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수분과 전해질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훈련소 시절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반성해 봅니다.
물론 이온음료가 운동만을 위한 제품은 아닙니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손실되는 대부분 상황에 효과가 있습니다. 땀이 많이 나는 요즘이 대표적이죠. 땀에는 소량의 염분과 당분 등의 체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날씨가 더울 때에는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땀을 많이 흘려 신체 균형이 무너질 수 있죠. 자칫하면 탈수증이나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온음료는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습니다.
속설에는 이온음료가 장염이나 식중독에 따른 설사·구토에 효과가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온음료가 수분 손상은 충분히 막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나 토사물에는 땀보다 더 많은 체성분이 포함돼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이온음료 중 일부는 이를 막아줄 만큼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무턱대고 이온음료를 마시기보다 끓인 물 1ℓ에 설탕 4숟가락, 소금 1숟가락을 타서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온음료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온음료에는 '아이소토닉·하이포토닉·하이퍼토닉' 등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각각 전해질·당분 함량이 다르죠. 아이소토닉은 혈액 수준의 전해질과 6~8%의 당분을 함유합니다. 수분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운동에 효과가 좋습니다. 하이포토닉은 전해질·당분 농도가 낮아 단시간 집중 운동에 효율적입니다. 고농도인 하이퍼토닉은 순간적으로 큰 힘을 쓰는 운동에 필요하죠.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이온음료 대부분이 아이소토닉이라는 점입니다. 그럼 하이포토닉과 하이퍼토닉은 구할 수 없을까요? 아닙니다. 포카리스웨트를 3배로 희석시키면 하이포토닉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면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 당분을 낮출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반대로 분말 포카리스웨트를 정량 2배 수준으로 투입한다면 하이퍼토닉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온음료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 종류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내친 김에 이온음료의 올바른 섭취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스포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운동 시작 1시간 전 이온음료 500~600㎖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땀으로 손실되는 성분을 미리 보충해 둬 운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불어 운동 중에도 30분에 200~250㎖씩 마시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끝나고 이온음료를 마실 때는 땀으로 감소된 체중의 1~1.5배 정도를 마시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다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아야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이온음료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포카리스웨트를 1ℓ 마시면 성인의 일일 당 섭취 권장량 대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죠.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2ℓ 이상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혈당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공복혈당장애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온음료를 물처럼 마시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온음료는 어디까지나 '운동으로 손실된 체성분을 보충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힘든 느낌입니다. 장마가 존재감 없이 지나갔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죠. 강원도에서는 수은주가 38도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에서는 50도 이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기온이 관측되기도 했죠. 그늘을 찾아가도 덥고, 바람이 불어도 온천탕에서 나오는 바람 같습니다. 코로나19 탓에 마스크를 하루 종일 끼고 있어야 하니 체감 더위는 더 심하네요. 이온음료를 매일같이 찾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혜로운 이온음료 활용으로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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