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이 메뚜깃과의 '풀무치'를 열 번째 '식용 곤충'으로 인정했습니다. 곤충이 식약처가 인정한 식품 원료였다니요. 또 식약처가 인정한 식용 곤충이 무려 10개에 달한다니요. 거부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해졌습니다. 정부는 왜 식용 곤충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조만간 우리 식탁에 곤충이 올라오는 걸까요?
식품 원료 인정 제도는 국내에서 식품으로 섭취한 경험이 없는 원료에 대해 안전성 등을 평가한 후 새로운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초기 일정 기간은 별도 승인을 받은 업체만 해당 원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 3년간 유통량이 일정 수준을 넘는 등 기준을 충족하면 일반 원료로 전환됩니다. 일반 원료가 된 이후에는 어떤 업체든 식품을 만들 때 해당 원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식약처가 승인한 풀무치는 메뚜깃과의 곤충입니다. 사실 메뚜기도 식약처가 식품 원료로 인정한 곤충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풀무치는 메뚜기보다 크기는 2배 이상 크지만 사육 기간은 절반 정도에 불과해 생산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식품 원료로서 가치도 높다고 하고요. 풀무치를 법적인 식용 곤충으로 허용한 나라에는 벨기에와 스위스가 있습니다.
국내 식용 곤충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식약처는 풀무치 허가와 함께 "앞으로도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식품 원료의 인정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안전한 식품 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곤충 산업을 첨단생명소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3차 곤충·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오는 2025년까지 국내 곤충 산업의 시장 규모를 1400억원대로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가 식용 곤충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식량 안보'에 빨간 불이 들어와서 입니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곡물자급률은 29.6%까지 떨어졌고요.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쌀 생산국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식습관이 변화면서 쌀 소비는 줄고 밀과 콩의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밀은 새로운 주식(主食)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의 99% 이상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식량 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팬데믹의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국경이 폐쇄되면서 곡물 등의 물류 이동에 차질이 생긴 건데요. 식량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나라들 입장에선 식량 위기를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식용 곤충을 통해 식량 안보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거죠.
게다가 식용 곤충은 '지속가능한 음식'으로 꼽힙니다. 곤충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먹이와 물을 훨씬 적게 섭취하는 경제적인 단백질원입니다. 소나 양과 달리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고 땅을 사용하지도 않죠. 번식력도 어마어마해서 멸종할 일도 없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지구상엔 사람 한 명당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양이 50톤이나 있다고 하네요.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데요. 곤충은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용 곤충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제품과 맞먹는 수준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발표한 '대체식품으로서 식용 곤충의 기능성 소재 신기술 개발'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식용 곤충에는 △항산화 효과 △항균 효과 △항암 효과 △비만 예방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쯤 되면 곤충은 숨겨진 슈퍼푸드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식용 곤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서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2013년부터 식용 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며 미래 식량자원으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지난 1월 '밀웜(갈색거저리 애벌레)'을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 식품으로 승인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곤충을 끼니마다 먹는 사람이 20억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국내 식용 곤충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경상북도는 식품기업 에쓰푸드와 공동 개발한 프로틴바를 출시했습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갈아 넣어 만든 곤충 프로틴바라고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6년 한국식용곤충연구소와 식용 곤충과 관련한 연구에 나섰고요. 푸드테크기업 퓨처푸드랩처럼 식용 곤충을 활용해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곤충은 '혐오스럽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식용 곤충을 기르면서 친숙도를 높이는 방법부터 거부감이 들지 않는 모양으로 만드는 법까지 여러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식용 곤충을 넣은 쿠키, 파스타, 빵, 햄버거 등의 제품이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음식의 선호도는 음식문화 속에서 사회화된 결과입니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특정 범위를 넘어서면 괜히 거부감이 들고 속이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 혐오스럽다고 느껴지는 음식도 언젠간 하나의 음식문화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래에 풀무치가 단백질이 가장 풍부한 음식으로 각광받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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