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보면 어느 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다들 냉동실에 만두 하나쯤은 비축하고 계시죠?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만두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불과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하나하나 밀어 피를 만들고 숙주, 부추, 두부, 돼지고기, 당면 등을 다져 만든 속을 채워 하나하나 빚어야 했습니다. 빚은 만두는 또 약 15분을 쪄야 하죠.
만두를 만드는 날은 하루가 그냥 지나갑니다. 맛은 기가 막히지만 만두를 한 번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동과 시간은 고되고 깁니다. 그래서 냉동만두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1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는 설에 옹기종기 모여 만두를 빚어 먹곤 했습니다.
냉동만두가 대중화된 초기에는 전자레인지가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만둣국이나 군만두로 해먹는 게 일반적이었는데요. 현재는 전자레인지가 필수 가전제품이 됐죠. 덕분에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데워 더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냉동만두가 익혀져 나온 건지, 안 익혀 나온 건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냉동만두를 익혀서 냉동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게시글을 봤습니다. 거기에는 "그냥 먹어도 봤다"는 댓글도 달려있었습니다.
냉동만두를 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데우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는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는데요. 실제로 가까운 지인 중에 냉동만두를 자연해동 후 그냥 먹었다가 식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냉동만두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겠습니다.
냉동만두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 없다?
'냉동만두'로 떠올리는 제품이 해태 '고향만두'였다면 40대 이상, CJ제일제당 '비비고'였다면 40대 미만이 많을 겁니다. 선호하는 냉동만두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냉동만두의 대명사는 크게 고향만두와 비비고로 나뉩니다.
국산 냉동만두의 보급은 1980년대 초 도투락식품이 출시한 게 시초입니다. 당시 도투락 만두를 해태가 유통했었죠. 당시에는 냉동제품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냉동만두가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해태에서 '고향만두'를 출시하면서 냉동만두의 대중화가 시작됐습니다.
고향만두는 냉동만두 시장에서 30년이 넘도록 시장 1위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다 2016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면서 냉동만두 시장은 단숨에 뒤집혔는데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냉동만두 매출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43%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풀무원의 '생가득' 15%, 해태의 '고향만두' 12%, 동원F&B의 '개성' 8% 등의 순이었습니다. 풀무원의 경우 얇은 피를 내세운 만두를 출시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시중의 냉동만두는 모두 찐 이후에 냉동을 시킵니다. 그 이유는 유통과 조리상 문제 때문인데요. 날 것 그대로 냉동해서 유통할 경우 자칫 상온에 노출됐을 때 상할 우려가 높습니다. 유통과정에서 상온 노출은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냉동 보관중이어도 냉동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올라갑니다. 날 것 보다는 한 번 가열한 후 냉동할 경우 박테리아의 증식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통조림 제품들도 장기 보존을 위해 가열과정을 거칩니다.
또 만두를 찌지 않고 냉동할 경우 조리했을 때 터지기 쉽습니다. 만두 속에 들어있는 당면은 익으면서 불어나고 고기와 야채의 육즙까지 빠져나오면서 만두 속은 팽창하게 됩니다. 팽창하는 속에 밀려 피가 잘 터지게 됩니다.
특히 냉동만두가 이미 익혀서 나오기는 하지만 반드시 재가열해서 섭취해야 합니다. 냉동만두는 '가열해 섭취하는 냉동식품'으로 분류돼 있는데요. 냉동된 식품이라 할지라도 일부 박테리아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앞서 택배 배송 등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했었죠. 이때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열한 후 섭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만두는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베어 물어야 제 맛이죠. 피도 쫄깃해지고요. 냉동만두를 안전하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꼭 한 번 더 익혀서 드셔야 한다는 것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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