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은 가장 핫한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롯데리아가 대표적이죠. 롯데리아 매장은 전국 각지의 주요 상권에 반드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남의 장소로 딱 안성맞춤이죠. 실제 롯데리아는 오랜 기간 매장 수 기준으로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1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이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롯데리아를 제친 곳은 맘스터치입니다. 지난 1분기 말 맘스터치 매장 수는 1333개로 롯데리아(1330개)를 넘어섰습니다. 이 순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맘스터치 매장은 6월 말 기준 1343개로 지속해 증가하고 있는 반면, 롯데리아는 1330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입니다.
맘스터치는 롯데리아와는 다소 다른 전략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롯데리아가 각지의 핵심 상권에 매장을 두고 있는 반면, 맘스터치는 주로 골목상권 위주로 매장을 늘려왔습니다. 1층 대신 2층에 자리 잡은 매장도 많고요. 매장의 상징성보다는 효율성에 집중해온 셈입니다. 맘스터치가 그간 '가성비 버거'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매장 수가 브랜드 순위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으로 배달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수준에 이른 만큼 매장 수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롯데리아가 40년 이상 유지해온 '매장 수 1위'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줬다는 점은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한쪽에서 또 다른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인데요. 최근 노브랜드 버거는 론칭 2년 만에 점포 150호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물론 아직 경쟁사보다는 규모가 작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의 경우 100호점을 내기까지 10년 안팎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9년, 맘스터치가 11년, 롯데리아는 13년이 걸렸습니다. 노브랜드 버거는 1년 8개월만에 1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노브랜드 버거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합니다.
노브랜드 버거는 특히 지난해 7월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요. 매월 1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해 올해 말에는 170호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노브랜드 버거도 '가성비'로 승부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도 "노브랜드 버거의 인기는 맛과 품질이 뛰어난 메뉴를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간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국내 외식 업계의 대표 업종으로 여겨졌습니다. 버거킹과 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진출해 각축을 벌였던 시장이죠. 소비자들에게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맛볼 '기회'였습니다. 각 업체가 핵심 상권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등 뜨거운 경쟁을 벌일 만한 시장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경쟁은 뜨겁습니다. 하지만 그 성격이 다소 달라진 듯합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글로벌 브랜드를 굳이 찾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가성비'를 따집니다. '토종' 브랜드인 맘스터치와 노브랜드가 가성비를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 '고든 램지 버거' 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죠. 고든 램지 버거는 기존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와는 다소 성격이 다른 시장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쉑쉑버거가 이끌고 있는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업체들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많이 사라진 게 사실입니다. '가성비'가 중요해진 건 아마 이런 변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조 9000억원가량에서 지난해 2조 9600억원으로 지속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외식 업체가 타격을 받은 와중에도 햄버거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배달 서비스를 통해 혼밥, 집밥 수요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을 차지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얼마 전 버거킹이 다시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보유하던 버거킹은 지난 2016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습니다. 이번 매각은 5년 만에 재매각입니다. 누가 버거킹의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은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은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존 글로벌 브랜드와 가성비를 앞세운 토종 브랜드간의 경쟁부터 프리미엄 버거의 잇단 론칭까지 조만간 시장이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맘스터치는 앞으로도 매장 수 1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또 노브랜드 버거는 얼마나 성장할까요. 향후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의 변화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