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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만 열면 대박? 프리미엄 버거 '열풍' 언제까지?

  • 2023.06.26(월) 07:40

야나두 '프리미엄' 버거 경쟁 후끈
경쟁 격화, 엔데믹 고물가는 '변수'

파이브가이즈 치즈 햄버거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내 버거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도다. 프리미엄 버거는 회전률이 기존 패스트푸드 버거 못지않으면서도 객단가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앞으로도 높은 성장성을 계속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쉐이크쉑,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등 관련 브랜드가 늘어 경쟁이 격화한 데다, 엔데믹과 고물가로 젊은 층의 '보복 소비' 열풍도 주춤해서다. 더 이상 매장만 연다고 '대박'을 터트리던 과거가 아니다.

"야나두" 프리미엄 버거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이날 강남대로에서 파이브가이즈 1호점을 개점했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브랜드다. 땅콩기름으로 패티, 생감자를 튀기는 걸로 유명하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브랜드 유치부터 개점까지 진두지휘해 관심을 모았다.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이미 자리를 잡은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도 즐비하다. 뉴욕 프리미엄 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이 대표적이다. SPC 허희수 부사장의 주도로 들어와 지난 2016년 국내에 프리미엄 버거 열풍을 일으킨 후 여전히 인기다. bhc와 손을 잡은 샌프란시스코 수제버거 슈퍼두퍼도 지난해 11월 강남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 1월에는 영국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잠실에 버거 레스토랑 '고든램지 버거'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앤아웃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유통사가 미국 인앤아웃에 진출 요청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는 국내 버거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프리미엄 꽂힌 이유 

기업 입장에서 프리미엄 햄버거는 매력적인 외식사업 아이템이다. 패스트푸드의 장점과 레스토랑의 장점을 둘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기본적으로 30분 이내 식사가 끝나는 음식이다. 반면 객단가는 상대적으로 낮다. 프리미엄 버거는 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비책'인 셈이다. 빠르면서도 '비싸게, 많이' 음식을 팔 수 있다. 

사진=슈퍼두퍼

SPC에 따르면 쉐이크쉑은 2016년 이후 매년 최대 2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장 수도 7년 만에 25개로 늘었다. 주 소비층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로 젊은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지만 그만큼 맛과 질이 뛰어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햄버거를 단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요리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해외여행 제한 등에 따른 보복 소비 열풍으로 젊은 층은 고가의 버거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사람들의 집안 생활이 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황이었던 덕도 컸다. 두툼한 크기의 프리미엄 버거는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 계속 이어질까 

다만 앞으로도 프리미엄 버거가 성장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엔데믹과 고물가 등 변수가 많아서다.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MZ세대의 보복 소비 열풍이 주춤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희소성도 떨어진 것도 문제다. 프리미엄 버거에 대한 젊은 층의 흥미가 예전만 못하다. 최근 명품의 인기가 떨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이브가이즈 1호점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가격 측면에서 부담도 크다. 프리미엄 버거는 보통 단품 가격이 1만원 중반대다. 여기에 감자튀김과 음료까지 더하면 2~3만원을 웃돈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라 체감 소득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먹거리 지출을 줄인다. 특히 소득이 적은 젊은 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서 언급한 프리미엄 버거의 장점이 되려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햄버거와 레스토랑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으로 남을 수 있다. 

실제로 '굿스터프이터리'는 지난해 개점 5개월 만에 한국에서 철수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찾는 버거집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바 있는 유명 브랜드였다. 냉장 소고기와 매장 내 스마트팜에서 기른 무농약 채소를 사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경쟁 악화와 고물가 고환율 등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증가하면서 햄버거를 고급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지만, 그만큼 흥미 역시 떨어지면서 가격만 비싼 곳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특히 고가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층이 늘어난 만큼, 매장만 열면 흥행을 했던 과거만을 생각하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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