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가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버거킹이 매물로 나온 후 한국맥도날드, KFC까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매장 수 1위인 맘스터치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몸값이다. 업체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높은 몸값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의문이다.
롯데리아 제외 모두 매물로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한국 사업 매각을 준비 중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 현지 사업자에게 사업 총괄을 맡기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미국 본사는 로열티만 받는 방식이다. 맥도날드 본사는 2016년에도 한국 맥도날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아 본사가 직접 운영해왔다.
버거킹, KFC 등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버거킹의 한국 사업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어피니티는 2016년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원에 인수했다.
맘스터치도 하반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맘스터치의 최대 주주인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3월 맘스터치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했다.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해 '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한 상장 폐지라고 풀이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매각 주관사 선정 등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물 쏟아지는 이유
매각에 나선 이유는 제각각이다. 버거킹은 어피너티가 2016년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한 지 6년이 지나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해 매물로 내놨다. KFC는 KG그룹이 2017년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로부터 사들였다가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다시 시장에 내놨다. 맥도날드도 최근 매출이 증가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9년부터 적자 상태다.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햄버거 시장은 다른 외식업체들과 달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특수를 누렸다. 배달과 혼밥 문화 확산 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한국 맥도날드의 지난해 매출은 867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가맹점 매출까지 더한다면 전체 매출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에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적자 규모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실적도 양호하다. 버커킹은 지난해 6784억원의 매출과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각각 204%, 18.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KFC도 2099억원의 매출과 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맘스터치도 3010억원의 매출과 3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반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끈 만큼 매각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제 값' 받을 수 있을까
관건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높은 몸값'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곡물과 식용유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악재다. 무엇보다 국내 햄버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00억원에서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고든램지버거',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 심화하는 추세다. 햄버거 시장이 점차 프리미엄화하면서 기존 프랜차이즈 버거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맥도날드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몸집을 줄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리스크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맥도날드가 어떤 몸값을 받는가에 따라 향후 M&A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햄버거 수요가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른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엔데믹이 다가오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도날드가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향후 M&A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의 눈치싸움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