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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조원 코스트코·3조원 트레이더스' 성장비결은

  • 2021.11.25(목) 13:30

창고형할인점, 가성비·품질로 소비자·자영업자 공략
온라인 영역까지 확대…시장 점점 커질 듯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창고형 할인점'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시장 위축에도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을 성장시켰다. 대형마트의 '보완재' 수준이었던 과거와 달리 별도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창고형 할인점의 기본 전략은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다. 한 번에 싼 가격으로 많은 양을 판매하는 '박리다매' 방식과 '자체브랜드(PB)' 품질 강화가 주효했다. 창고형 할인점은 이를 기반으로 개인은 물론 자영업자까지 고객으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 등 후발 주자가 점포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나아가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희망'으로 떠오른 창고형 할인점의 미래가 주목된다.

거칠 것 없는 진격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 1위 코스트코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조3522억원, 영업이익은 1775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3%, 영업이익은 24.3% 늘었다. 최근 3년간의 매출 성장률은 11.3%에 달한다. 유료 회원제라는 폐쇄적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대면 트렌드에도 마땅히 대응하지 않고 이뤄낸 성과다.

2위 트레이더스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트레이더스는 연평균 23%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4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7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마트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코스트코의 실적은 국내 진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창고형 할인점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이런 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창고형 할인점은 오프라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코스트코는 지난해까지 별다른 온라인 전환 작업을 하지 않았다. 트레이더스의 온라인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점포 수도 적다. 국내 코스트코는 총 16곳, 트레이더스는 20곳에 불과하다. 총 400개가 넘는 대형마트의 4분의 1  규모에 온라인 플랫폼 없이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대세'가 됐나

창고형 할인점의 핵심 전략은 '상품 집중'과 '박리다매'다. 창고형 할인점의 판매 품목 수는 일반 대형마트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다. 대신 업계 상위 제품 위주로 판매해 경쟁력을 유지한다. 마진도 온라인 수준에 가깝게 낮춘다. 코스트코의 판매 마진율은 10~15%로 알려져 있다. 대신 연회비를 받아 손해를 메운다. 연회비가 없는 트레이더스의 마진율도 17% 수준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마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는 '소비자 외연 확장'으로 이어졌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소규모 자영업자가 창고형 할인점을 찾도록 유도했다. 코스트코의 자영업자 고객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는 또 다른 기회였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생필품·식품 등을 비축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 이들이 앞다퉈 창고형 할인점을 찾아 상품을 쓸어담았다. 창고형 할인점이 코로나19에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PB상품의 질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는 품질이 좋다는 평을 받으며 주력 상품으로 올라섰다. 트레이더스의 '티 스탠다드' 역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는 창고형 할인점의 바잉 파워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다. 창고형 할인점 PB는 많은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는 카테고리다. 특히 글로벌 PB 라인업이 거의 동일한 코스트코에 입점할 경우 세계 시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제조사가 고품질 PB 생산·공급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경쟁 격화 예상…온라인에서도 통할까

창고형 할인점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철수를 검토하던 '빅마켓'을 '맥스(MAXX)'로 리뉴얼하고 사업을 다시 확장키로 했다. 오는 2023년까지 매장 20여 곳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맥스는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가 입점하지 않은 지역 내 롯데마트를 기반으로 빠르게 점포를 확대할 예정이다. 매입 경쟁력의 필수 요소인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홈플러스도 창고형 할인점 방식 매장 '스페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선식품'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소싱 공산품 중심인 코스트코의 신선식품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을 겨냥했다. 실제로 트레이더스는 티 스탠다드 상품 라인업에 농축산품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전체 상품 중 신선식품의 비중이 대형마트의 2배 수준인 40%에 달한다. 그 결과 축산물이 전체 매출 15%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SSG닷컴과 연계한 PB 상품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SSG닷컴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0월 신세계 통합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에 티 스탠다드 전문관을 열었다. 맥스 역시 롯데ON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스트코도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코스트코는 자사 온라인몰 외에도 쿠팡·11번가 등 플랫폼에 상품을 입점시켰다. 물류 등에 투자하기보다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창고형 할인점이 온라인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대 경쟁력인 '가성비'는 이커머스 시장의 '상식'이며, 상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판매자도 이미 많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수준의 가성비로 많이 살 수 있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 삼아 성공한 모델"이라며 "온라인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서비스가 이미 많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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