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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스는 '강적' 코스트코를 이길 수 있을까

  • 2022.10.13(목) 07:44

고물가에 떠오르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유료 멤버십 도입 '승부수'
관건은 코스트코 넘어설 상품 경쟁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할인점'에 힘을 주고 있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소비'가 떠오르면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의 영향이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할인점은 사실 대형마트의 '서브' 역할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시장 성장세도 높다. 

업계의 큰 벽은 코스트코다. 오랜 기간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1위로 군림하고 있다. 코스트코의 힘은 유료 멤버십을 바탕으로 한 충성고객에 있다.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PB)인 커클랜드 등 높은 품질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끈 결과다. 이 때문에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업계의 관건은 '기준점'이 된 코스트코를 넘어설 차별성을 갖추는 데 있다.

"야~나두" 창고형 할인점

국내 토종 창고형 할인점의 대표주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이마트는 최근 트레이더스를 전면 개편했다. 간판까지 '트레이더스 홀세일'로 바꿔 달았다. 명칭에서 이마트를 빼고 도매·대량을 의미하는 홀세일을 브랜드명에 넣었다. 코스트코처럼 유료 멤버십도 도입했다. 열린 매장 전략과 멤버십을 병행해 운영한다. 신규 자체 브랜드인 '빅 웨이브 아이템'도 출시했다. 현재 트레이더스는 21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이마트는 향후 30개 점까지 매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 사진=이마트

롯데마트도 창고형 할인점에 힘을 주고 있다. 기존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을 '맥스'로 리뉴얼했다. 지난 빅마켓의 부진을 딛고 창고형 할인점 재도전에 나선 셈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빅마켓 2개점과 맥스 4개 점을 운영 중이다. 기존 창고형 할인점이 없는 지역을 공략하며 조금씩 성과를 보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의 메가 와인숍 '보틀벙커'(Bottle Bunker) 등 전문 매장을 입점시키는 차별화 전략도 내놨다. 이외에도 해외 소싱 등 단독 상품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홈플러스도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창고형 할인점을 점찍고 있다. 현재 14개의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기존 점포를 창고형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폈다. 다만 재무 건전성 등 문제로 현재 제동이 걸려있다. 인천청라점 등의 리뉴얼 일정이 미뤄졌다. 그럼에도 내년부터는 다시 창고형 매장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실상 대형마트 3사가 창고형 할인점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창고형' 꽂힌 이유 

대형마트 업계가 창고형 할인점에 꽂힌 것은 경기 침체 탓이 크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불황에는 대용량 제품 판매가 늘어난다. 일반 제품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해결되기 힘든 글로벌 변수가 많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 흐름이 창고형 할인점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가 창고형 할인점 키우기에 나선 이유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제로 창고형 할인점은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는 2020년 7조274억원에 달했다. 5년 새 2배 이상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이 18.8%에 달한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일반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와의 가격·배송 경쟁에 밀리고 있다. 반면 창고형 할인점은 상대적으로 이 경쟁에서 자유롭다. 한 번에 싼 가격으로 많은 제품을 파는 '박리다매'가 가능해서다. 이커머스는 아직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고형 할인점이 한국에서 장기적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많다. 한국은 창고형 할인점이 발달한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쇼핑 거리가 멀고 가족 구성원이 많다. 대용량 상품 쇼핑이 발달한 요인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배송 등의 발달로 쇼핑 거리도 짧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의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를 고물가와 팬데믹 상황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눈여겨볼 부분이기도 하다.

'코스트코' 이길 수 있나

가장 큰 산은 코스트코다. 시장 확대를 꾀하려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다. 코스트코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덩치가 더 커졌다. 코스트코코리아의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매출은 5조3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775억원으로 24.3% 늘었다. 코스트코는 강력한 유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회원이 아니면 매장에 입장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폐쇄성에도 수년간 독보적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스트코의 힘은 유료 멤버십을 바탕으로 한 높은 고객 충성도에 있다. '콘크리트' 고객으로 불릴 만큼 단단하다. 이는 높은 상품 품질이 밑바탕이 된 결과다. 커클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음료부터 육류, 생필품까지 인기가 좋다. 이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트코 멤버십에 가입하면 '양질의 제품을 최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코스트코만의 확실한 차별성이다. 사실 국내 창고형 할인점이 그동안 개방형 할인점을 표방했던 것은 이 같은 상품 경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레이더스 등 토종 업체가 코스트코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예전보다 격차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 문을 연 트레이더스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3조원 고지를 넘겼다. 다만 리뉴얼 후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빅 웨이브 아이템'도 아직 10여 종에 불과하다. 커클랜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멤버십 전략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독 상품이 필요하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국내 창고형 할인점의 눈높이를 크게 높인 측면이 있다"며 "기존처럼 무조건 저렴하고 양이 많다는 식의 마케팅은 더 이상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경쟁력은 정해진 가격대에서 상품의 경쟁력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가"라며 "창고형 할인점의 승부는 앞으로 이 지점에서 갈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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