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신규점을 열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연회비 인상과 입장 시 회원카드를 스캔하는 절차를 도입하면서 국내에도 동일한 정책을 적용할 지 주목된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연회비를 인상할 경우 고객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 브랜드와 특성이 달라 타격이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회비 오를까
코스트코는 내달 1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회비를 8.3% 인상한다. 이와 함께 매장 입장 시 입구에서 회원 스캐닝 장치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코스트코가 국내에서도 이같은 회원 정책을 도입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016년 연회비를 인상한 후 8년 간 연회비를 올리지 않았다. 미국 코스트코가 평균 5년 반마다 멤버십 요금을 인상해온 것과는 대조된다. 다만 현재 연회비 인상 계획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코스트코 고객센터는 "아직 연회비 인상이나 회원 확인 기기 도입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코스트코는 국내 창고형 할인점 업계 1위 업체다. 국내 진출 후 해마다 매출을 경신해왔다. 코스트코는 미국식 대량 구매와 회원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계속 성장해왔다.
코스트코의 매출은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엔 5조원을 돌파했고, 2023년 회계연도(2022년9월~2023년8월)엔 6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악화했다. 2023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8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다. 국내에서도 연회비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덩치 키우기
코스트코는 최근 몇 년 간 신규 매장을 늘렸다. 이달엔 코스트코는 인천 청라점을 오픈했다. 이로써 국내 코스트코 매장 수는 19개가 됐다. 국내 창고형 할인점 중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2개,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맥스는 6개다.
고물가, 고금리와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창고형 할인점 키우기에 나섰다. 이마트도 지난해 1월 유료멤버십을 도입했다. 또 향후 트레이더스 매장을 3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스트코는 매출 규모에서 압도적이다. 코스트코의 매장 수는 트레이더스보다 적지만 매출 규모는 2배가량 더 많다. 트레이더스의 연매출은 2019년 2조3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3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까지 3조3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트코의 수익은 대부분 연회비에서 발생한다. 회원이 아니면 매장에 입장할 수 없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코스트코 연회비는 일반 회원(골드스타) 3만8500원, 이그제큐티브 8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회비를 부담하면서 코스트코를 고집하는 것은 소비자들 사이에 대용량의 품질 좋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발걸음 옮겨갈까
따라서 코스트코 연회비 부담이 커질 경우 다른 대형마트나 창고형 할인점으로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회비를 내고 있지만 자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질 가능성이 높다. 회원비가 상승했을 때 소비자들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트레이더스의 유료 회원제 '트레이더스 클럽'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68만명에서 현재 약 50만명으로 줄었다. 트레이더스는 2022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당시 유료회원 가입비는 10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연회비는 3만원부터 7만원 중 고를 수 있다. 당시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가입한 회원은 58만명이었다. 일부는 회원 자격을 갱신하지 않고 이탈했다는 의미다.
물론 구조의 차이는 고려할 점이다. 트레이더스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지만 코스트코와 달리 멤버십 회원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올 2분기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3.2%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 멤버십 혜택과 함께 트레이더스의 T스탠다드 등 트레이더스 시그니처 상품군, 지속적인 EDLP정책(저가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코스트코의 연회비가 오르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은 코스트코 고객들이 타사로 이동할 수 있지만, 브랜드별 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는 같은 창고형 매장이지만 상품 구색과 강점이 다르고 팬층이 다르다"며 "코스트코 가격이 오르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