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쌍방울 "진심인데…"
서로 연관이 없는 것의 결합은 늘 주목받습니다. 결합의 결과가 좋으면 새로운 아이디어였다며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음을 사기 일쑤죠. 최근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가 그렇습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 시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속옷 회사가 자동차 회사를 왜?'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쌍방울이 쌍용차를 인수할 여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많습니다. 설혹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돈을 쌍방울이 조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외부의 시선이 이렇자 쌍방울은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쌍용차 인수전 참전은 진심이니 믿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는 쌍방울을 비롯해 KG그룹과 사모펀드인 파빌리온PE, 전기차 부품업체 EL B&T가 참여했습니다. 이 중 쌍방울이 가장 인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쌍방울 입장에서는 억울할만합니다. 아무리 자금이 충분히 마련돼있고 인수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해도 도통 믿어주지를 않습니다. 심지어 쌍용차 인수전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음에도 가장 약한 곳으로 분류돼있습니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KG그룹과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갖춘 PEF인 파빌리온에 비해 쌍방울은 상대적으로 많이 밀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쌍방울은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모든 계열사들을 총동원에 자금 마련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쌍용차라는 큰 덩치의 매물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를 잡으려는 쌍방울의 손이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금력은 약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쌍용차 인수에 부채와 운영자금을 포함 최소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쌍용차의 부채는 일반 회생 채권 5470억원과 공익 채권 3900억원 등 약 9370억원입니다. 이중 공익채권은 100% 즉시 상환해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동차 회사의 특성상 수년간 수천억원씩 투입해 신차를 선보여야 합니다. 그만큼 많은 돈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쌍방울의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현금성자산 등 유동자산은 2713억원 가량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인수대금으로 마련해둔 12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숫자상으로만 봐도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탄입니다. 물론 쌍방울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KH그룹 등과 계열사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마련 계획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업계와 시장은 고개를 젓습니다. 현재의 쌍방울 체력으로는 쌍용차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쌍방울이 제시한 쌍용차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쌍방울은 쌍용차를 인수해 쌍방울이 보유하고 있는 특장차 전문 업체 광림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오래전부터 전기 특장차 사업을 준비해왔던 만큼 쌍용차를 인수하면 확실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입니다. 그런 쌍용차 브랜드의 전기차에 소비자들이 반응할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쌍방울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악재…오해까지
쌍방울이 이번 인수전의 관심에서 밀려나는 계기가 됐던 것은 바로 KB증권의 손 떼기였습니다. 당초 쌍방울과 KB증권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금융 참여 의향서(LOI)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KB증권이 갑작스레 LOI를 철회키로 하면서 쌍방울의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시장에서는 KB증권이 쌍방울과 결별하면서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 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당초 쌍방울과 KB증권은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를 위한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쌍방울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주관키로 했습니다. 이것이 대외적으로 부풀려져 알려졌고 마치 KB증권이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 자금을 대려 하다가 철회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쌍방울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가뜩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쌍방울에서 KB증권이 손을 뗐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이는 쌍방울에 대한 우려가 확신으로 굳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더불어 쌍방울의 인수 자문을 맡기로 했던 삼일회계법인이 내부 논의 결과 인수 자문 철회를 선언하면서 쌍방울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KB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의 결별 선언으로 쌍방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습니다. 쌍방울은 KB증권과 함께 계열사 유상증자 주관을 맡기로 했던 유진투지증권과는 계속 함께 합니다. 또 삼일회계법인 대신 이촌회계법인과 대륙아주와 손을 잡았습니다. 쌍방울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을 만들어 차근히 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미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 쌍용차일까
업계 등에서는 이번 쌍용차 인수전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무척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쌍용차 자체만 놓고 보면 부실투성이에 브랜드 이미지도 바닥인 상황입니다. 그런 쌍용차를 1조50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하고 또 정상화시키는 데에 수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이번 쌍용차 인수전 이면에는 다른 매력적인 요소가 숨어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인수전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현재 쌍용차의 평택공장 부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쌍용차 공장은 인근 산업단지로 옮기고 이 평택공장 부지를 개발해 수익을 얻는 것을 노린다는 겁니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쌍용차에 이처럼 많은 업체들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쌍방울도 아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봅니다. 외부적으로는 쌍용차와의 시너지를 강조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쌍방울이 전력투구해 인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쌍방울도 쌍용차 인수를 통해 무엇이든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것이 평택부지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득 때문에 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인수전을 완주하고 있는 겁니다.
쌍방울은 최근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정식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습니다. 이로써 쌍방울은 쌍용차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는 진심은 보여준 겁니다. 이제 쌍방울이 보여 줄 것은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자금력입니다. 실탄을 확실히 조달하고 수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장과 업계의 의심도 조금씩 사라질 겁니다. 다윗도 골리앗을 이겼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도 있습니다.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