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신세계)의 통합 멤버십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첫 통합 대상은 '플랫폼'입니다. 다음달 12일부터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구 이베이코리아)의 멤버십이 하나가 됩니다. 통합 멤버십의 이름은 기존 G마켓 멤버십과 같은 '스마일클럽'으로 결정됐습니다. SSG닷컴의 SSG머니와 G마켓의 스마일캐시를 1대 1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스마일클럽은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멤버십입니다. 신세계는 스마일클럽 론칭을 앞두고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죠. 이에 이마트·신세계백화점·SSG랜더스·스타벅스 모두를 아우르는 멤버십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현실이 됐다면 그야말로 '핵무기'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아쉽지만 스마일클럽은 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스마일클럽 회원은 △상품 할인 △적립 △스타벅스 음료 사이즈업 등 혜택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타사 멤버십들과 달리 각 플랫폼별로 혜택 구성이 다릅니다. 구독료도 다르고요. SSG닷컴에서 스마일클럽에 가입한다면 월 3900원에 무료배송과 10% 할인쿠폰 1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G마켓에서 가입한다면 기존과 같이 연 3만원을 내고 3만5000원의 캐시백과 할인 쿠폰이 제공되고요.
신세계는 이를 각 플랫폼의 경쟁력을 모두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힙니다. 전용 혜택을 따로 둬 각 플랫폼의 회원 니즈를 충족시키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입니다. 이해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신세계가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요소를 한 번에 통합하려 한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대했던 모습에 비해 '포스'가 약해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혜택 구성은 어떨까요. 할인폭은 경쟁 멤버십 대비 큰 편입니다. SSG머니와 스마일캐시를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부수적 혜택'은 경쟁자에 비해 크게 부족합니다. 쿠팡 와우 멤버십은 무료배송 외에도 무료반품, 쿠팡플레이 구독 등 혜택을 줍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웹툰·시리즈 등 자체 콘텐츠와 티빙을 비롯한 외부 OTT 구독권을 제공합니다. 활용도가 높은 네이버페이 포인트까지 추가 적립받을 수 있고요.
현재 이에 견줄 만한 스마일클럽의 혜택은 스타벅스 할인뿐입니다. 그마저도 월 2회 '사이즈업'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멤버십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쉽죠. 스타벅스 e프리퀀시 굿즈 단독 구매 특전이 있기는 하지만, 줄 서는 수고를 줄여주는 수준입니다. 온·오프라인 통합을 상징하는 혜택마저 다소 빈약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일각에서 '반쪽짜리 통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스마일클럽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요. 이커머스 시장 경쟁 구도와 신세계의 내부 사정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커머스 시장 장악을 위한 규모 키우기 경쟁은 어느 정도 끝났습니다. 네이버·쿠팡·신세계가 '빅 3' 구도를 만들었죠. 이들에게는 앞으로 충성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멤버십 등 고객 록인(Lock-in) 수단이 필요하죠. 네이버·쿠팡은 이미 멤버십을 운영중입니다. 신세계는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 구조는 네이버·쿠팡과 다릅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플랫폼이기 이전에 국내 최대 포탈입니다. 이용자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판매자에게도 멤버십 혜택 제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외부 연합보다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스마일클럽에는 수많은 신세계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근거로 일방적 양보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듯 신세계와 지마켓글로벌의 통합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G마켓·옥션 등 지마켓글로벌 산하 플랫폼 규모는 여전히 SSG닷컴을 압도합니다. 플랫폼만 놓고 보면 신세계의 지마켓글로벌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SSG닷컴만을 위한 전략을 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올해 상장을 앞둔 SSG닷컴 대신 지마켓글로벌에 집중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선택이고요.
할인 혜택을 경쟁 멤버십 대비 크게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신세계가 네이버·쿠팡과 경쟁하려면 멤버십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파격적 혜택을 당장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대안은 하나입니다. 할인 폭을 최대한 높여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이후 같은 혜택을 계속 제공하면서 고객의 지속적 이용을 유도해야 합니다. 결국 현재의 스마일클럽이 신세계 입장에서는 '최선의 패'인 셈입니다.
신세계는 스마일클럽에 '진심'입니다. 스마일클럽 론칭 보도자료에서 신세계 관계자는 "한 번의 가입으로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스마일클럽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론칭 전 받았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의지도 충분히 있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 시간이 길어지면 곤란합니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성장이 정체된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한 전쟁이 펼쳐질 겁니다. 스마일클럽은 신세계가 이 전쟁에 쓸 수 있는 최강의 무기입니다. 경쟁자에게는 없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고객을 록인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는 비교할 수 없는 '절대우위'입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빠르고 과감하게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스마일클럽 운영에도 이와 같은 결단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