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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다른 미래 그린' 롯데·신세계, 누가 웃을까

  • 2022.05.30(월) 10:18

롯데 37조·신세계 20조 역대급 투자
롯데 '신사업'·신세계 '오프라인' 방점
지향점 다른 두 그룹의 미래 주목

신동빈 롯데 회장(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우)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주 롯데와 신세계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습니다. 5년 동안 각각 37조원, 20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건데요. 둘 모두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유통 맞수'이다 보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언뜻 봐도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달랐는데요. 롯데는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방점을 찍었고요. 신세계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을 정조준했습니다. 양 그룹의 전략 차이가 엿보이는 대목이죠.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이는 두 그룹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오래전부터 '탈유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통에만 의존하지 않는 '뉴롯데'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화학에 진출했고요. 최근에는 바이오 사업까지 발을 내디뎠습니다. 지난해에는 화학이 유통을 제치고 그룹 내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업계는 롯데의 미래 사업 축이 화학·신사업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합니다. 이번 투자를 봐도 롯데는 전체 투자의 총 41%인 15조원을 신사업에 사용합니다. 

반면 신세계는 유통에 진심입니다. 여전히 주 사업이 유통이기 때문입니다. 신사업도 모색 중이지만 속해서 유통 사업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를 늘려 쿠팡 등 이커머스와 접전을 벌이고 있고요.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해서 늘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세계는 유통 사업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지난해 신세계가 이마트 본사 건물까지 팔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유통 사업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신세계의 의지를 느낄 수 있죠.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업계에선 유통 사업에 대한 두 오너의 생각도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유통 롯데' 보다 '글로벌 롯데'라는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과거부터 신동빈 회장은 유통 이외에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M&A를 펼치며 사업 확대를 구상해 왔죠. 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항상 '업의 본질'을 강조해 왔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용진 부회장은 "상품 경쟁력과 서비스 개발, 매장 경험 개선 등으로 업의 본질과 사업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죠.

이 생각의 차이는 이번 유통 사업 투자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투자금 규모에서도 차이가 크죠. 롯데는 8조원, 신세계는 20조원 대부분을 씁니다. 두 그룹의 자산 총액 차이까지 고려하면 롯데의 유통 사업 투자금은 훨씬 더 작게 느껴집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결과 기준에 따르면, 신세계의 자산 총액은 61조550억, 롯데는 121조5886억입니다. 

두 그룹의 온라인 투자 역시 달랐습니다. 신세계는 온라인 부문에도 3조원을 쏟아붓습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베이와 W컨셉을 인수하기도 했죠.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판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신세계는 궁극적으로 온·오프라인의 융합 생태계인 ‘신세계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면 롯데는 이번 투자에서 온라인을 배제했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양적으로 의미있는 사업보다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하겠다"고 했죠. 이번 투자에서 온라인은 우선 순위가 밀렸다는 평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두 그룹의 행보는 엇갈린 셈입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물론 롯데가 유통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아닙니다. 유통은 여전히 롯데의 주력 사업입니다. 다만 성장성이 예전만큼 좋지 않습니다. 롯데쇼핑이 변화에 뒤처져 왔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 구조가 오래됐던 만큼 혁신이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유통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롯데는 롯데온 등 이커머스 진출에도 나섰지만 뜻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죠. 롯데는 그 시간을 벌어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했던 겁니다. 

이번 투자에서 오프라인에 방점을 뒀다는 점은 두 그룹 모두 같았습니다. 특히 신세계는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전체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11조원을 투자합니다. 롯데도 이보다 적지만 8조1000억원을 쓰고요. 두 그룹 모두 백화점과 마트 등 매장 리뉴얼이 골자입니다. 신규 출점도 있습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수원'을 시작으로 '스타필드 창원'과 '스타필드 청라' 등 출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롯데도 서울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쇼핑몰 개발을 추진합니다.

두 그룹이 다시 오프라인에 집중한 이유는 엔데믹의 영향이 컸습니다.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 해제로 사람들의 외출과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과 마트가 다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참았던 소비를 터트리는 '보복 소비' 현상도 강력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2분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온라인보다 높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두 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선 롯데의 신사업 진출을 놓고 뒷말도 돕니다.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우려입니다. 롯데는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죠. 보수적 문화로 진출이 너무 늦거나, 인내심이 부족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롯데가 점찍은 바이오 사업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혁신적인 경쟁자들이 입지를 다져놓은 시장입니다. 모빌리티 사업 역시 쉽지 않습니다.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죠.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업계 등에서는 롯데가 과거 방식을 고집한다면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신세계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투자 규모가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건데요. 신세계의 자산총액을 고려해 볼 때 20조원은 능력보다 많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투자가 제대로 지켜질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선언은 정권 교체 때마다 쏟아지는 이벤트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서죠. 기업들은 고용 창출 효과를 원하는 정부에 투자 효과를 부풀려 내세우곤 합니다. 이를 두고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기업들이 투자를 이행하는지 알 길도 없으니까요.

어찌 됐건 두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습니다. 가는 길은 조금 다르지만 절박함은 같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일 겁니다. 말만 앞세우는 투자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으니까요. 엔데믹으로 새롭게 판이 짜여지고 있습니다. 지금 롯데와 신세계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였습니다. 롯데의 바이오·모빌리티 신사업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신세계 유니버스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미래에 웃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앞으로 5년간의 투자가 미래 100년을 좌우할지 모릅니다. 두 그룹의 이번 투자 성과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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