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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실적 쾌청한데…몰려오는 먹구름

  • 2022.05.19(목) 06:50

[워치전망대]1분기 '선방'에도 웃음기 '제로'
가격인상 효과도 '반짝'…밥상물가 또 오르나
"원재료값 폭등 타격 피할 수 없어" 한목소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요 식품기업들이 양호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지난해 가격인상 효과와 가공식품 시장 호황에 힘입은 결과다. 그럼에도 희망적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식품업계의 올해 전망은 어둡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가 폭등이 현실이 됐다. 가격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이미 지난해 가격을 올린 바 있어 여론의 반발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 물가 안정에 집중하는 정부 기조를 거스를 수도 없다. 당장의 실적 호조보다 다가오는 '폭풍우'에 대한 대비책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아직은 웃는' K-푸드

식품업계 맏형 CJ제일제당은 1분기 실력을 또 다시 입증했다.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의 1분기 매출은 4조3186억원, 영업이익은 3649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6%, 6.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분기 신기록을 다시 썼다. CJ제일제당 식품 사업부문은 매출 2조6095원, 영업이익 169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 줄었다. 식품 원·부자재가 폭등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바이오 부문은 시장 호황과 함께 성장을 이어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1조82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8% 폭증한 1758억원이었다.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용 아미노산 및 대두가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사료·축산 법인 CJ피드앤케어는 주춤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8.2% 급감했다. 베트남 현지 돈가 하락 및 곡물가 상승의 영향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대상과 동원F&B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두 업체 모두 온라인 시장 공략 등에 성공하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었다. 대상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9868억원, 영업이익은 21.5% 줄어든 42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원F&B의 매출은 14.5% 늘어난 9479억원,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322억원이었다. 주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질주'가 이어졌다. 오리온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영업이익은 6.5% 늘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변수에도 중국·베트남 법인이 실적을 견인했다. 롯데푸드와 합병을 앞둔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은 원재료가 상승의 타격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반면 SPC삼립은 '포켓몬빵'이 대박을 터뜨리며 역대 1분기 최고 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순항' 라면·주류업계의 '다른 비결'

라면업계 1위 농심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363억원, 영업이익은 343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뚜기의 매출은 11% 증가한 7424억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590억원이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삼양식품도 신기록을 세웠다.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2021억원, 영업이익은 71.3% 증가한 245억원이었다. 불닭 브랜드의 해외 성적이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라면업계는 지난해 가격인상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오뚜기는 지난해 8월 주요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6.8%, 11.9% 올렸다. 특히 오뚜기는 13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삼양식품도 13개 브랜드 제품 평균 가격을 6.9% 올렸다. 이런 가운데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팜유 국제 가격은 올해 3월부터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 타격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으며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주류업계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이트진로의 1분기 매출액은 5837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9.8% 개선됐다. 가정용 주류 시장 성장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으로 맥주 부문의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다. 이를 소주·음료 부문이 메우며 실적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연결 기준 매출 6263억원, 영업이익 5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영업이익은 84.9% 증가했다.

1분기는 주류시장의 대표적 비수기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때 강화되기도 했다. 때문에 주류업계의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만 연초 단행된 가격인상이 가수요 증가를 불러오며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더불어 대선 전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유흥시장도 회복됐다. 덕분에 주류업계가 증권가 평균 실적 예상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호시절' 끝…2분기 이후 '시계 제로'

식품업계는 호실적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식품기업은 6개월~9개월분 원재료를 미리 비축한다. 최근 원자재가 폭등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세계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세계 3위 밀 생산국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중단했다. 비슷한 시기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도 식용 팜유 수출을 멈췄다. 이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격 인상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을 올린 만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더불어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4.8%였다. 이번 달에는 5%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국책 과제로 삼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업이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를 거스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따라서 업계에서는 올 한해 식품업계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대신증권이 최근 식음료 업종의 올해 2분기~4분기 합산 컨센서스를 기존 2조4463억원에서 2조3808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원가 폭등이 반영되지 않았고 지난해 기저효과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수치"라며 "2분기부터는 이에 따른 타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하락은 당분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코로나19의 숨은 수혜자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식이 사라지고 재택근무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큰 변화가 없는 가공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엔데믹을 향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수요 감소와 원가 폭등이라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담긴 '제갈공명의 비단주머니'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식품업계 앞에 놓인 올 한해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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