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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통제 나선 정부? 식품업계 "자율 외치더니…"

  • 2022.09.29(목) 08:09

'자율' 강조 정부, 고물가에 '통제' 기조 
"업계 협력 필요…가격 인상 자제하라" 
식품기업 수장들 국감에도 증인 줄소환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고물가에 칼을 뽑아든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식품기업들은 그간 '자율'을 강조하던 정부가 돌연 '통제'에 나서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1400원에 육박하는 달러/원 환율, 치솟은 원재료 가격 등 업계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상 요인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인위적 방법으로 가격을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격 올리지 마"

지난 27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식품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물가 안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농식품부는 이 자리에서 최근 가공식품 제품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지적했다. 최근 유가와 곡물가격은 서서히 안정세를 찾고 있다. 치솟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세로 접어들었다. 농식품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7~8%의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고물가로 힘든 시기에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 상승 부담을 견디는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오른 식품 가격은 잘 내리지 않는다"며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고물가 편승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식품업계는 최근까지도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터 평균 9.8% 인상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가격을 11.0% 올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오리온 역시 지난 15일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자율' 강조했던 정부

식품업체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상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식품업계만 '콕' 집은 것도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가격을 올렸다간 정부의 눈 밖에 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현재 1400원 육박한다. 고환율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에 치명적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본질적 해결을 제쳐놓고 인위적 방법으로 가격 통제에 나선다는 비판이다. 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안 마련이 먼저라고 말한다. 일정 물량의 수입품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할당관세 확대 적용 등이다. 현재 정부는 돼지·소고기 등 축산물 정도에만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이런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통보'만 있었다. 식품업계가 정부의 이번 조치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전부터 '시장 자율'을 강조해왔다. 시장 경제의 선순환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가격 통제'로 업계의 이 같은 기대는 깨졌다. 앞서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진행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번의 간담회 역시 보여주기식 정책 추진이 아니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거세다.

국감이 온다 

다음 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가격 인상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식품, 외식업체 수장들이 증인으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다음달 4일 예정된 농식품부 국감에서는 임형찬 CJ제일제당부사장,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이사, 박상규 농협미분 대표이사, 황성만 오뚜기 대표이사, 황종현 SPC삼립 대표 이사가 참석한다. 이들은 물가와 관련한 증인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임형찬 부사장은 햇반 가격 인상에 대한 추궁이 예상된다. 햇반은 국내 쌀 값이 폭락했음에도 지난 3월 7~8%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치킨 값 3만원' 논란에 임금옥 bhc그룹 대표, 정승욱 제너시스BBQ 대표, 권원강 교촌F&B 이사회 의장 등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들도 증인 목록에 포함됐다. 치킨 가격과 관련한 정부의 외식 물가 정책의 효용성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국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고물가의 원인을 기업 쪽으로 전가하기 쉽다. 한국 국감은 기본적으로 '호통'과 '면박'이다. 일명 수장 망신주기가 이뤄진다. 한국 정치의 대표적인 폐해다. 다만 소비자는 이를 통해 '청량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자연스럽게 고물가 문제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다. 기업이 국감 출석을 꺼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고물가의 '원흉'으로 몰려야 해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가오는 국감도 물가 상승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의 가격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인상 요인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기업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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