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산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 'NOPO(Nordic Poultry from Finland)'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동물 복지·환경을 고려한 닭을 내세워 국내 닭고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닭고기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론칭을 계기로 국내 닭고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환경'으로 사육한 '닭'
NOPO는 지난 7일 핀란드산 친환경 프리미엄 닭고기 국내 론칭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시장 판매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야나 후수 칼리오 핀란드 농림부 사무 차관, 팀요스 니니오스 핀란드 중앙농업생산자 및 산림소유자연합 수출 디렉터, 페카 멧초 주한 핀란드 대사 등이 참석했다.
NOPO는 '문제없다(No Problem)'는 뜻과 '핀란드에서 온 북유럽 가금류(Nordic Poultry from Finland)'라는 뜻을 담은 핀란드 프리미엄 닭고기 브랜드다. 핀란드의 우수한 친환경 방목 환경에서 사육한 닭으로 생산한 것이 특징이다.
핀란드산 닭고기가 국내 정식 수입 허가를 받은 것은 8년 만이다. NOPO는 닭 날개, 닭발 부위를 시작으로 다리살, 가슴살 등 다양한 부위를 판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제품 수출은 핀란드 식품 업체 아트리아(Atria Oyj)와 HKS캔(HKScan)이 담당한다. 아트리아는 핀란드의 농장주가 모여 1903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HKS캔은 핀란드 남서부 청정지역에서 기른 가축으로 생산한 육가공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회사는 최고의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현재 담당하는 모든 식자재는 사육 환경의 안전, 동물 복지, 맛 등 제조 과정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기준 0.025%의 매우 낮은 살모넬라균 감염증 발생률을 기록했다. 또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인증 받은 가금류 전용 동물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니니오스 수출 디렉터는 품질 경쟁력의 비결로 △원산지 추적 △항생제 사용 최소화 △엄격한 관리를 통한 살모넬라균 억제 등을 꼽았다. 그는 "핀란드가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 비결은 음식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물 복지가 보장된 환경에서 사육된 닭고기는 소비자 식탁에 올라갔을 때도 더욱 만족스러운 식감과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닭발, 닭날개 부위인데 위화감 '제로'
이날 레시피 테이스팅 세션에선 퓨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류니끄'를 운영하는 류태환 셰프가 NOPO의 제품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닭다리, 닭발, 닭날개 부위를 활용한 두 가지 요리였다. 류 세프는 "닭발과 닭날개에서는 굉장히 맛있는 육수가 많이 나온다"며 "끈적한 국물이 나오도록 4시간에서 6시간을 천천히 끓인 후 냄새와 맛을 잡고, 닭발의 경우는 뼈와 살을 분리한 후 콜라겐을 굳히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닭발 모양의 튀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닭다리나 닭가슴살이 아닌 닭발, 닭날개 부위를 활용한 음식이라는 점에 선뜻 도전하기가 망설여졌다. 튀김을 제외하곤 부위의 원형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닭발, 닭 날개 부위라는 걸 알기 힘들었다. 닭발과 닭날개로 만든 요리치고는 너무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이었다.
직접 먹어보니 기존 닭가슴살처럼 퍽퍽하진 않았다. 오히려 기름기가 많아 족발에 가까운 식감이었다. 닭고기의 육즙이 강하게 다가왔다. 기자들 사이에선 살짝 느끼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완두콩 페스토와 감자로 만든 퓌레가 느끼함을 잡아줬다. 와인을 곁들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닭=서민음식…NOPO의 경쟁력은
NOPO가 국내 닭고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닭은 가격에 가장 민감한 식품으로 꼽힌다. NOPO는 냉동 닭발과 닭날개를 통해 B2B 식자재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냉장 유통을 주로 하는 국내 닭고기 업체와 달리 NOPO의 경우 닭을 바로 냉동한 뒤 일련의 제조 과정을 거쳐 핀란드에서 한국까지 유통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행사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냉장 유동한 가금류 제품이 더 신선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닭을 잡아 바로 냉동하면 육즙이나 식감을 더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대신 냉동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언급했다.
NOPO는 가격이 아닌 제품의 질로 승부를 본다는 구상이다. 아트리아 측은 "브라질이나 태국과 같이 닭고기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나라와는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고 한국의 닭고기 시장도 경쟁이 심화된 상황인 것을 잘 안다"면서 "한국산 닭고기와 이제 비교했을 때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HKScan 측도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사와 논의 중"이라며 "한국의 닭고기 시장에 대해 좀 더 배우고 거기에 맞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가치 소비' 마케팅이다. 닭고기는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지속가능한 소비를 이끌겠다는 브랜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다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하림도 신선도와 동물복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가정간편식(HMR) 등으로도 제품군을 지속해서 확장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이번 NOPO의 론칭을 시작으로 국내 닭고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아웃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비건이나 대체육, 동물 복지를 고려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국내 닭고기 시장의 경우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품질이나 제조 과정에서의 윤리적인 측면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