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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 천하통일' 올리브영, 남은 숙제는

  • 2022.08.19(금) 06:50

랄라블라 등 경쟁 브랜드 모두 철수
'옴니채널'로 코로나19 역풍 막아내
'글로벌 공략·IPO·갑질논란' 등은 숙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올리브영이 국내 H&B(Health&Beauty)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 신세계그룹의 부츠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시장에서 손을 들었다. 코로나19로 경쟁사들이 큰 타격을 입는 중에도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서비스 확장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 묘수가 됐다는 평가다.  

올리브영, H&B를 통일하다

올리브영은 최근 몇 년간 업계 내에서 경쟁자가 없을 만큼 성장했다. H&B 시장 초기부터 경쟁해 왔던 GS리테일의 왓슨스는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바꾸고 올리브영 따라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쇼핑이 2013년 선보인 롭스도 랄라블라와 2위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마트도 분스와 부츠를 통해 두 번이나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쓴맛만 본 채 물러났다.  

올리브영의 올 상반기 기준 매장 수는 1275개다. 2위 다툼을 했던 롭스와 랄라블라의 매장이 가장 많았을 때도 매장 수는 200개에 미치지 못했다. 2, 3위 브랜드를 합쳐도 1위 브랜드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다. 올해 중 랄라블라는 모든 점포의 문을 닫는다. 롭스는 롯데마트 내의 숍인숍 매장인 '롭스 플러스'만 남긴다. 사실상 올리브영의 '천하 통일'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올리브영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서울 신사동에 1호점을 연 후 2007년까지 길고 긴 적자 터널을 지나 왔다. 1호점을 연 지 10년 만인 2008년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2011년 100호점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H&B의 시대를 알렸다. 단일 브랜드 제품만 취급했던 로드샵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의 뷰티 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 건강식품, 미용용품 등을 판매하는 컨셉트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2010년대는 '올리브영의 시대'였다. 100호점을 돌파한 2011년부터 1200호점을 돌파한 2019년까지 연평균 128개씩 매장을 늘려나가며 국내 중저가 뷰티 시장의 1인자로 떠올랐다. 신생 브랜드였던 닥터자르트, 메디힐, 아이소이, 닥터지, 쓰리컨셉아이즈(3CE) 등이 올리브영을 통해 K-뷰티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뷰티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신생 브랜드들에게 '올리브영 입점'이 최우선 목표가 된 것도 이 때다.

올리브영은 2016년부터 자체 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온·오프라인몰 입점 등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올리브영으로서도 빠르게 변하는 뷰티 트렌드에 맞춰 신규 브랜드를 발굴해 트렌드에 민감한 10~30대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유통사와 제조사, 소비자 간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도 넘어섰다…'옴니채널' 강화

사실 지난 2년간은 올리브영에게도 위기였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H&B업계에 큰 타격이었다. 롭스와 랄라블라 등 경쟁사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올리브영도 2019년 1조960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20년 1조873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엔 2조1192억원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 덕분이다.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3시간 내에 매장에서 집으로 배송해 주는 '오늘드림', 온라인몰 주문·모바일 선물 상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오늘드림 픽업' 등이 돌파구가 됐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지난해부터는 리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뷰티 상품은 다른 사용자의 후기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리뷰를 확보하는 것이 곧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된다. 오는 9월부터는 우수 리뷰어인 '탑리뷰어'의 상위 등급인 '탑리뷰언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올해는 노후화된 기존 매장의 리뉴얼과 도심형 물류거점(MFC) 확보,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50개 점포를 리뉴얼하고 수도권에만 6개 MFC를 신설해 퀵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뷰티 시장에 뛰어든 패션 플랫폼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해결 과제는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우선 해외 시장 공략이다.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200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오픈했던 올리브영은 2018년엔 117개, 2019년에는 48개로 출점 속도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12개와 7개,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10개 매장을 여는 데 그쳤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3년엔 중국, 2018년엔 미국에 매장을 냈지만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이후엔 온라인 공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2019년에는 150여 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역직구몰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출범했다. 역직구몰을 통해 영어권 소비자를 공략하고 아시아권에서는 라쿠텐, 큐텐, 쇼피, 라자다 등 현지 이커머스를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IPO)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리브영은 연내를 목표로 했던 상장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시장 상황 상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를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제공=CJ올리브영

다만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의 상장이 CJ그룹의 승계와 연관이 있는 만큼 '백지화'가 아닌 '보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플랫폼 투자를 위한 재원은 충분해 무리하게 상장할 필요는 없다"며 "오프라인 점유율에 비해 온라인 성장세가 불투명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경우 IPO에 다시 나설 시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갑질 논란' 이슈도 과제다. H&B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갖춘 만큼 올리브영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납품업체와 올리브영 간의 갑을관계가 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리브영은 이미 지난 2019년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상품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품했다는 이유 등으로 과징금 10억원과 시정명령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최근에도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된 건 맞지만 갑질 등의 이슈 때문은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조사인 것으로 안다.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내부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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