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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과징금 '5800억'에서 '19억'으로 줄어든 사연

  • 2023.12.07(목) 16:01

공정위, 올리브영에 18.9억원 부과
시장 지배적 지위는 인정되지 않아

그래픽=비즈워치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결정했다. 당초 업계에선 올리브영이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최대 58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론은 5800억원의 0.3%인 19억원이었다.

불공정한 건 맞지만

공정위는 7일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행사 독점 강요·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 등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법인 고발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납품업체들에게 올리브영의 자체 행사를 진행하는 달과 직전 달에는 랄라블라나 롭스 등 다른 H&B스토어에 동일 품목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행사를 명목으로 납품가격을 낮춘 뒤, 행사 종료 후에도 납품업체에 가격을 정상 가격으로 환원해주지 않은 부당 수취행위도 인정됐다. 또 납품업체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품 판매 관련 정보를 제공한 뒤 그 대가로 정보처리비를 부당 수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실상 당초 제기됐던 모든 혐의가 인정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각각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 법률 제 13조와 제 16조 10호, 1호에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0.3%의 비밀

공정위는 올리브영에 대해 동일 품목 행사를 막은 건과 납품가를 원상복구하지 않은 행위에 각각 5억원의 정액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보처리비 수취 건에는 8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당초 예상됐던 최대 과징금 5800억원의 0.3%에 불과하다. 

올리브영의 과징금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공정위가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졌음이 인정되고, 이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되면 과징금은 해당 기간 총 매출의 3.5~6%까지 부과될 수 있다.

CJ올리브영 매출/그래픽=비즈워치

일각에서 '5800억원'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최근 10여 년간 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대 부과율인 6%를 적용하면 약 5800억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시장 지배적 행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의를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이번 사례처럼 새로운 시장(H&B)에서 시장 상황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절차를 말한다. 무혐의보다는 '유예'에 가깝지만, 과징금 여부만 놓고 보면 '무죄'다.

공정위는 "관련 시장은 H&B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해 올리브영이 현 단계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다만 올리브영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어 올리브영의 정책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심의절차종료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B정책 확대될까

올리브영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식 EB(Exclusive Brand)정책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B정책은 경쟁사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게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입점업체에 혜택을 제공해 경쟁사를 압박하는 정책인 만큼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강한 대형 채널일수록 유리하다. 실제 무신사도 최근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올리브영 매장 전경/사진제공=CJ올리브영

반면 올리브영이 부과받은 과징금 19억원이 적은 규모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최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입점업체 갑질 혐의로 조사를 받은 롯데쇼핑·신세계사이먼·현대백화점·한무쇼핑 등 아울렛 4개사의 총 과징금은 6억4800만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5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없었는데 과도하게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며 "단일 기업으로는 큰 규모의 과징금으로, 공정위가 선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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