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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데이에 견제구' 롯키데이에 담긴 숨은 '지략'

  • 2022.10.24(월) 07:19

롯데 유통군 HQ 첫 '통합 마케팅'
순혈주의도 깨며 '혁신' 외쳤던 롯데 
유통군 체제 전환 성공 여부 '가늠좌'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가 신세계의 연말 할인 행사 '쓱데이'에 맞불을 놨다. 롯데 유통군 통합 할인 행사인 '롯키데이'를 통해서다. 롯데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이 그룹 차원에서 함께 행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향력이 커진 쓱데이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고물가로 '세일'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높다. 롯데는 앞으로 롯키데이를 그룹의 대표 쇼핑 행사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롯데에게 이번 롯키데이의 의미는 깊다. 롯키데이는 롯데 '유통군 HQ' 체제 전환 이후 첫 통합 마케팅이다. 롯데는 지난해 말 '유통 BU'(비즈니스유닛) 체제에서 '유통군 HQ'(헤드쿼터) 체제로 전환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순혈주의'도 깼다. 이후 근 1년이 지났다. 이번 롯키데이는 유통군 HQ 체제 전환 성공 여부의 가늠좌인 셈이다. 

쓱데이보다 '빠르게'

롯데 유통군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2주간 롯키데이를 진행한다. 롯키데이는 '롯데'와 행운을 뜻하는 '러키'의 합성어다. '롯데 유통 계열사와 함께 행운이 가득한 쇼핑 축제를 즐기자'는 뜻을 담았다. 이번 행사에는 롯데 유통군(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온, 코리아세븐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멤버스) 등 총 8개의 계열사가 참여한다. 

/ 사진=롯데 유통군 HQ

쓱데이에 맞서 높은 할인과 이벤트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롯데온, 백화점, 마트 등에서 롯키데이 기간 최대 20%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본 행사 기간 롯데마트는 한우 파격 할인을 진행한다. 롯데슈퍼는 신선식품 최대 50% 할인에 나선다. 하이마트는 대형가전 할인전도 준비 중이다. 롯데 유통군은 구매 금액의 2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연다. 단 두 곳 이상의 롯데 유통 계열사에서 구매를 한 선착순 10만 명이 대상이다.

롯키데이는 쓱데이보다 나흘 먼저 진행된다. 그만큼 이번엔 쓱데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실 롯데도 그동안 연말 쇼핑 행사를 펼쳐왔다. 지난 2019년 진행한 '롯데 블랙 페스타'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커머스, 백화점, 마트 등 계열사들을 묶었던 '힘'은 강력하지 않았다. 각기 다른 행사를 한 울타리에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마케팅 여력이 적었다. 소비자 집중도도 낮았다. 

롯키데이 꺼낸 '이유'

반면 신세계는 2019년부터 전 계열사 통합 행사 쓱데이를 진행해왔다. '신세계를 넘어설 수 있는 건 신세계뿐'이라는 도발적 캐치프레이즈도 내걸었다. 각 계열사들이 더 큰 할인을 내세우기 위해 경쟁한다는 콘셉트로 화제성도 높았다. 채널별 대표 상품을 할인가에 내놓으며 성과도 좋았다. 반값 한우를 사기 위해 이마트에 사람들이 몰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쓱데이는 첫 해 400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6400억원, 지난해는 8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도 신세계와 같은 '롯데표' 연말 행사가 절실했다. 매년 연말 돌아오는 쓱데이가 부담이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한국의 '쓱데이'로 굳어지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았다. 국내 유통 1번지인 롯데 입장에서 치명적인 일이다. 앞으로 계열사 간 '각자도생'이 아닌 '협업'이 필요했다. 김상현 유통군 HQ 총괄 대표는 지난해 선임 당시 "계열사가 힘을 합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롯키데이가 그 첫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고물가가 극심한 것도 롯키데이 탄생 배경이다.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갑을 닫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환율로 경쟁 행사였던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력도 올해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직구족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롯키데이를 꺼내놓기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얘기다. 

롯키데이에 담긴 의미
 
롯데는 지난해 11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유통, 식품, 호텔, 화학 4개의 계열사 BU 체제를 HQ 체제로 개편했다. 유통BU도 유통군 HQ로 바뀌었다. 인사와 재무 등 막강한 권한이 HQ에 부여됐다. 이전까지 BU 체제는 롯데지주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하지만 HQ 체제로 전환되면서 각 사업을 독자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롯데는 그동안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로 ‘혁신’을 앞당기려는 노력이었다.

롯데 그룹이 지난해 11월 도입한 HQ 각 부문 총괄 대표. (왼쪽부터)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키데이는 롯데 유통군 HQ의 첫 번째 통합 마케팅이다. 그만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기대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체제 전환에 따른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 유통군 HQ 전환의 또 다른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였다. 과거 롯데의 조직 문화는 공채 출신의 주요 인사들이 임원과 대표를 독식히면서 롯데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평가됐다. 하지만 유통군 HQ 전환 이후부터는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신세계 출신 정준호 백화점 대표, 지마켓글로벌 출신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롯키데이를 이끈 것도 LG 출신의 이우경 부사장이다. 롯데 유통군 HQ는 지난 4월 이 부사장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영입했다. 그는 피앤지(P&G), LG전자를 거쳐 LG생활건강에서 해외사업부 임원 등을 역임했다. 롯데 유통군 HQ는 이 부사장을 주축으로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5개월간 롯키데이를 준비해왔다. 이번 롯키데이는 외부인사 능력에 대한 롯데의 시험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롯키데이의 성과로 유통군 HQ 전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대박'을 낸다면 롯데의 혁신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는 지난해부터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해 왔다. 이번 롯키데이를 이끈 것도 외부인사인 이우경 부사장"이라며 "외부인사의 영향으로 롯데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리는데 이들이 내는 성과는 분명 신동빈 회장의 생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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