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던 배추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가을배추의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다. 한 달 전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을배추는 산지가 적은 여름철 고랭지 배추와 다르다. 전국에서 재배된다. 배추 공급 증가로 가격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변수는 11~12월 김장철이다. 본격적으로 배추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다. 가을배추의 공급이 예상보다 적다면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배추 가격을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유통업계에선 '반값' 배추를 내세우며 김장철 물가 잡기가 한창이다.
'확' 떨어진 배춧값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상품) 평균 도매 가격은 10㎏당 9072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가격(2만9164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배추 도매가격의 하락세는 소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한 달 전 9177원의 절반인 4819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을배추의 출하가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호냉성' 채소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는 강원 산간 지방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가 주를 이룬다. 산지가 적은 탓에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반면 가을배추는 산지가 전국구다.
다만 현재 배추 가격이 하락세라고 해도 평년보다 높다. 앞서 배추 가격의 상승폭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은 잦은 강우와 폭염으로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유독 나빴다. 태풍 힌남노 등의 영향이다. 에너지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까지 있었다. 배추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포장김치 대란'도 벌어졌다. 대상 등 기업은 포장김치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김장철 '민심' 잡아라
아직 부담스러운 배추 가격에 대형마트 업계는 '반값' 절임배추를 꺼내들었다. 사전 기획과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 절임배추는 미리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를 말한다. 배추를 사서 직접 손질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저렴함과 편의성에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GS더프레시에 따르면 10월 절임배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배추 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받는다. 절임배추(20㎏, 8~12포기)를 2만9960원에 선보인다. 지난해 행사가(2만9840원) 대비 가격 인상폭이 0.4%에 그친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절임배추의 사전예약 판매기간을 예년보다 1개월 당겼다. 홈플러스는 올해 절임배추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려 준비했다.
이커머스에선 티몬이 가장 빠르게 나섰다. 티몬은 오는 12월 11일까지 '김장 기획전'을 연다. 절임배추, 김장 재료, 김장 용품을 할인가에 판매한다. 앞서 티몬은 지난 5일에도 절임배추를 시세보다 40%가량 저렴하게 판매했다. 총 10톤 물량의 1000세트가 90분 만에 '완판'됐다.
가격 더 떨어질까
배추 가격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을배추의 출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어서다. 도매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배추 산지로 꼽히는 호남지역이 가을배추 출하를 앞두고 있다. 기타 채소류의 가격도 하락세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 무, 당근, 쪽파 등의 도매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44%, 23%, 24%, 30% 떨어졌다.
전국적으로 가을배추의 재배면적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다. 상반기 배추 가격이 높았던 영향이다. 가격 수준이 유지될 것이란 농가의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평년(1만3444㏊)보다 1.3% 증가한 1만3625㏊(헥타르)로 관측됐다. 이를 토대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을배추 생산량을 전년보다 12.2% 증가한 128만 톤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도 이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장재료별 수급 전망과 소비자 지원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김장철이다. 가을 배추의 작황이 생각보다 좋지 못하면 높은 가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여름 고랭지 배추 생산량 감소와 이른 추석의 영향으로 배추 출하의 공백이 있었다"며 "이달 중순부터 김장배추인 가을배추가 나오면서 김장철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1월부터는 도매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안정화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을배추 재배면적 증가, 정부의 수급안정 대책 등 하락 요인이 많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