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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없어서 못 사네"…'못난이'들의 반란

  • 2022.09.28(수) 06:50

고물가‧가치 소비…'못난이' 상품 인기
일반 제품보다 최대 40% 이상 저렴
리퍼브, 식품으로 확장…시장 더 커진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치솟는 물가에 '못난이 농산물'이 떠오르고 있다. 못난이 상품이란 외관상 품결이 있지만 품질 면에서 이상이 없는 상품을 말한다. 모양이 일반적이지 않은 과일·채소 등이 대표적이다. 큰 범주에서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부분 폐기됐지만 최근 '싼 가격'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못난이에 '꽂혔다'

최근 못난이 과일과 농산물을 유통하는 채널이 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는 관련 전문 코너를 확대 중이고 아예 못난이 상품만 취급하는 쇼핑몰과 정기구독 상품도 등장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이를 하나의 '집객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고물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알뜰 주의' 소비자가 늘면서다. 대형마트는 과거 '떨이'로 불리던 못난이 상품들을 기획전 등의 형태로 재조명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홈플러스는 현재 '상생'을 내세워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태풍 피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가를 돕자는 취지다. '못난이 농산물'을 '맛난이 농산물'로 이름 붙여 20% 할인 판매하고 있다. 판매 중인 채소는 무, 양파, 감자다. 롯데마트도 농가와의 상생 의미를 담아 기획전을 열었다. '상생 과일·채소'라는 이름으로 시세보다 최대 3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도 외관에 흠이 있는 과일을 '반전 과일'이란 이름을 붙여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못난이 상품의 인기는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홈플러스의 '맛난이 무' 판매량은 일반 무 보다 45%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상생 과일·채소 매출도 지난 8월 1일부터 28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반 농산물과 맛과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40%가량 저렴한 가격이 인기를 끈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 원인

근본적으로 못난이 상품의 인기는 고물가에 있다. 현재 식품뿐 아니라 주요 농산물은 연일 오름세다. 대표적으로 배추의 가격은 한 포기에 1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양파, 무, 당근 등 채소류 뿐만 아니라 과일류도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잦은 강우와 폭염으로 기상 여건이 좋지 못했던 탓이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유 등 물류비 인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장바구니 부담에 못난이 상품이 대체재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10㎏(상품)의 도매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3만294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1만5208원) 대비 116.6% 올랐다. 무 역시 20㎏(상품)에 2만846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1만1564원)보다 146.1% 뛰었다. 같은 기간 양파(상품·15㎏)도 2만2740원으로 1년 전(1만4535) 대비 56.4% 상승했다. 이외에 사과와 배 등 과일류도 전년보다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떨이'로 평가절하됐던 못난이 상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와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60.5%는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매 이유는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 46.4%, '품질에 큰 차이가 없음' 28.4% 등을 꼽았다. 구매 경험자의 95.5%가 재구매 의사를 보여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못난이'의 반란 

리퍼브 시장의 범위가 이제 식품까지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리퍼브 시장의 주류는 가구와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배송 경쟁이 식품 리퍼브 시장을 계속 키우고 있다. 업계는 빠른 배송을 위해 상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한다. 그러나 제때 상품을 팔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상품을 폐기해야 한다. 리퍼브 시장은 재고를 처리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국내 리퍼브 시장의 전망성은 밝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맞물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규모를 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품 상품이 늘어나는 것도 리퍼브 시장에선 호재다. 과거만 해도 한국은 리퍼브 시장의 불모지였다. 신제품에 대한 '로망'이 유독 강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못난이, B급 등 상품은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유통과정에서 손상을 입거나 철이 지난 제품을 최대 절반까지 할인해도 대부분 고객들은 편견에 이를 외면하곤 했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환경 보호 등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여기에 눈을 뜬 소비자들이 리퍼브 제품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리퍼브 시장의 성장은 낭비되는 자원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자원의 리사이클링은 유통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업계가 못난이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친환경', '상생'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흠결이 있는 상품을 진열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곧장 폐기시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지금은 자원의 재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소비자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것과 함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리퍼브 상품에 대한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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