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한 봉이냐 두 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국물 없는 라면 마니아라면 비빔면이나 볶음라면을 먹을 때 꼭 하는 고민이 있을 겁니다. 바로 한 개를 끓이느냐 두 개를 끓이느냐죠. 한 개만 먹자니 세네 젓가락이면 끝나고, 두 개를 먹자니 남거나 배가 과하게 부르죠. 국물 라면이라면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도 되고 만두나 계란을 넣어 먹어도 되는데 국물 없는 라면은 뭔가 마땅치 않습니다.
오늘은 왠지 배가 많이 고파 두 개를 먹자고 결정했다 하더라도 고민은 남습니다. 이번엔 '몸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맵고 짠 비빔면인데 두 개나 먹어도 괜찮을까? 칼로리·나트륨 폭탄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죠. 점심이라면 좀 낫지만, 저녁이라면 다음날 부을 얼굴까지 아른거리며 햄릿에 빙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라면을 먹을 때 뒷편 영양 정보까지 꼼꼼히 보는 분이라면 뜻밖의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세 젓가락이면 끝나던 비빔면이 사실은 신라면·진라면을 국물까지 싹싹 마시는 것보다도 고칼로리라는 것을요. 반대로, 맵고 짜고 달던 팔도비빔면의 나트륨 함량이 부드러운 '진순'의 60% 수준이라는 것도 알 수 있죠.
내가 평소에 즐겨 먹던 라면이 나트륨 폭탄인지, 의외로 건강식인지 확인해 보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래서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봉지라면과 비빔·볶음라면의 칼로리와 나트륨을 비교해 봤습니다.
국물라면, 성분은 '거기서 거기'
라면 하면 생각나는 국물라면은 역사가 깊고 맛도 어느 정도 표준화가 돼 있습니다. 그런 만큼 회사, 브랜드에 관계 없이 양이나 성분이 대동소이합니다. 국내 국물 라면 매출 톱 5인 신라면과 진라면, 삼양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등 5개 제품을 비교해 보면 짜 맞춘 듯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이 비슷합니다. 중량 120g, 500㎉가 '표준'이죠.
가장 큰 이유는 구성의 단순함입니다. 라면은 대체로 면과 건더기 스프, 분말스프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면이 차지하는 칼로리가 대부분입니다. 일례로, 110g짜리 라면 사리 한 봉지는 490㎉로, 신라면이나 진라면 전체 칼로리의 98%에 달합니다. 라면 회사들이 스프의 맛과 건더기의 구성을 바꾼다 하더라도, '유탕면'을 쓰는 이상 칼로리는 500㎉ 안팎으로 수렴하게 되는 거죠.
나트륨 함량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맛과 향은 제각기 다르지만 각 성분들을 따져보면 각각의 비율이나 풍미를 좌우하는 몇 가지 재료가 다를 뿐 기본적인 구성은 큰 차이가 없죠. 또한, 라면 국물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염도에 맞춰 제조합니다.
재미있는 건, 진라면 매운맛보다 순한맛의 나트륨이 더 많다는 겁니다. 매운맛이 나트륨도 더 많을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른데요. 오뚜기 측은 이에 대해 "두 제품은 원료 베이스가 아예 다르다"며 "진라면 매운맛은 단순히 진라면 순한맛에 고춧가루 등을 추가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두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20㎎ 차이로,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고칼로리·저나트륨 비빔라면
비빔면이나 볶음면 등 국물 없는 라면의 경우에는 국물 라면보다 실험적인 제품들이 많은 만큼 성분도 조금 더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경향성은 있는데요. 칼로리는 국물라면보다 높은 편이고, 나트륨 함량은 60~70% 수준에 불과합니다.
주요 비빔라면 중 가장 고칼로리 제품인 진비빔면은 한 봉지의 칼로리가 무려 625㎉에 달합니다. 신라면보다 125㎉, 25%나 더 높습니다. 이는 진비빔면이 그만큼 많은 면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진비빔면은 출시 때부터 '비빔면은 양이 적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 봉지라면(120g)보다 30%나 많은 156g을 제공했죠.
양이 많은 건 다른 비빔라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배홍동(137g)이나 팔도비빔면(130g)은 물론 짜파게티(140g), 불닭볶음면(140g) 등 대부분의 비빔·볶음면은 국물 라면보다 중량이 10~20% 이상 더 나갑니다. 그럼에도 비빔라면이 국물라면에 비해 포만감이 떨어지는 건 국물 때문입니다. 라면을 먹으며 마시는 국물은 물론이고 면이 흡수하는 국물까지 고려하면 중량만 보고 비빔라면의 양이 많다고만 할 수는 없는 셈이죠.
비빔라면은 나트륨 함량도 낮습니다. 불닭볶음면처럼 '맵고 짠' 녀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닭볶음면의 나트륨 함량은 1280㎎인데요. 일일 권장량의 60%를 넘지만 1700㎎가 넘는 신라면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짠 라면'의 대표주자 짜파게티는 나트륨 함량이 1050㎎에 불과(?)합니다.
비빔라면의 나트륨 함량이 낮은 것 역시 '국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빔라면은 소스가 면과 붙어 있어 면을 먹으면 대부분의 소스를 함께 먹게 되죠. 반면 국물 라면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국물이 면에 묻어 입 안으로 들어옵니다. 면과 함께 먹게 되는 소스의 농도가 다른 만큼 비빔라면의 소스가 '덜 짜고' '덜 매운' 거죠.
쉬운 예를 들어 볼까요. 비빔라면 소스를 일반 라면처럼 물 500㎖에 풀어 보면 간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실수로 짜파게티를 일반 라면처럼 끓여서 먹지 못하게 된 에피소드도 한 번씩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소스의 차이'가 '나트륨의 차이'입니다.
이야기를 다 풀고 나서도, 비빔라면은 1개를 먹어야 할 지 2개를 먹어야 할 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칼로리를 생각하면 1개만 먹어야 할 것 같고, 나트륨이 적다 하니 2개까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답은 이미 팔도비빔면 봉지에 나와 있었습니다. 오이, 양배추, 계란 등과 함께 드시면 더 맛있고 배도 더 부릅니다. 더 건강해지는 건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