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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비빔면'의 이유있는 인기…'뜨빔면' 열풍

  • 2024.06.10(월) 16:33

라면 업체들 '비빔면 컵라면' 출시
냉수 없이 뜨겁게 먹는 '뜨빔면' 인기
비빔면 비수기 살릴 아이템으로 기대

그래픽=비즈워치

냉면, 메밀국수와 함께 차가운 면요리를 대표하는 비빔면 시장이 올해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올해 들어 일제히 뜨거운 상태로 먹는 컵 비빔면을 출시하며 비빔면 트렌드를 바꾸고 있어서다. 특히 봉지면보다 컵라면을 선호하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뜨빔면(뜨거운 비빔면)' 열풍이 거세다는 설명이다.

컵 없인 안되겠어

매년 4~5월은 매년 라면 제조사들이 비빔면 신제품을 선보이는 시기다. 비빔면 시장은 추운 겨울인 1~3월에는 판매량이 급감했다가 봄이 시작되는 4~5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후 한여름인 6~8월에 연간 매출의 50% 이상이 발생한다. 성수기에 안정적인 판매에 나서려면 이 시기에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양식품이 손을 뗀 올해 비빔면 시장은 팔도의 '팔도비빔면'이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농심의 '배홍동'이 팔도비빔면을 맹추격 중이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배홍동이 팔도비빔면을 판매량에서 앞서기도 했다. 농심이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두 배 이상의 점유율 격차를 고려하면 유의미한 지표다. 3위권은 오뚜기의 '진비빔면'과 하림산업의 '더미식비빔면'이 경쟁 중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올해엔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농심이 '배홍동 쫄쫄면'의 3배 매운 버전을 선보였을 뿐 나머지 제조사들은 기존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팔도에 막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전 제품들과 달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수준의 성적은 냈다는 판단에서다.

눈에 띄는 신제품이 없는 대신 경쟁 무대가 편의점으로 확대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난 4월 오뚜기와 농심이 각각 '진비빔면 용기면', '배홍동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5월에는 하림산업도 '더미식비빔면 용기면'을 내놨다.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비빔면의 컵라면 버전을 일제히 내놓는 건 이례적이다. 이전까지 비빔면 컵라면은 지난 2003년 팔도가 내놓은 '팔도비빔면 컵'뿐이었다. 

'뜨거운' 비빔면

한때 뜨거운 비빔면은 물을 정량보다 많이 넣은 '한강라면', 계란 푼 너구리, 떡진 짜파게티 등과 함께 '최악의 라면 조리법으로 꼽혔던 레시피다. 라면 제조사들이 비빔면을 컵라면으로 출시하길 꺼렸던 것도 이때문이다. 면을 삶은 후 차가운 물에 헹궈야 하는 비빔면의 조리법이 컵라면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컵라면의 최대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차가운 물을 구하려면 생수나 얼음 등을 구매해야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20 사이에서 '뜨빔면'이 인기를 끌면서 컵 비빔면에도 활로가 생겼다. 뜨빔면은 비빔면을 불닭볶음면이나 짜파게티처럼 면을 삶은 후 차가운 물에 헹궈내지 않고 물만 따라낸 뒤 소스를 비벼 바로 먹는 '볶음면 방식'이다. 볶음면류와 다른 비빔면만의 새콤달콤한 맛이 뜨거운 면발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번거로운 조리를 싫어하는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뜨거운 비빔면을 만드는 백종원 대표/사진=백종원 유튜브 캡처

뜨거운 비빔면이 이슈가 된 건 오뚜기 진비빔면의 광고 모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유튜브에 뜨거운 비빔면 레시피를 공개하면서다. 백 대표는 지난 2021년 '비빔면 뜨겁게 드셔보셨나요? 비빔면을 먹는 새로운 방법!' 영상에서 뜨거운 비빔면을 만들었다. 이듬해인 2022년에도 '비빔면으로 팟타이 만들기! 뜨겁게 먹는 비빔면 2탄 #뜨빔면' 영상으로 다시 한 번 뜨거운 비빔면을 이슈화했다. 두 영상의 조회수만 76만회에 달한다. 

물론 진비빔면이 '뜨빔면'의 원조는 아니다. 팔도는 2003년 첫 용기면 출시 당시부터 뜨거운 비빔면 레시피를 채택해 왔다. 편의점에서 구입 후 집이 아닌 외부에서 먹을 때 편리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팔도와 농심은 용기 뒤쪽의 조리법에 차갑게 먹는 방식이 아닌 뜨겁게 먹는 방식을 기본 조리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조사가 인증한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뜨빔면'인 셈이다. 오뚜기 진비빔면은 기존 차가운 물 조리법을 선택했지만 '온비빔면' 레시피를 함께 안내해 뜨빔면으로도 먹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팔도비빔면 컵의 조리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불닭볶음면'의 메가 히트도 '뜨빔면' 열풍에 일조했다. 이전까지 국물 없는 라면의 주류는 달콤하고 짠 맛이 중심인 '짜파게티' 등 짜장라면이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성공 이후 매콤한 볶음면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불닭볶음면만큼 맵지 않으면서도 매콤달콤한 맛이 있는 비빔면을 뜨겁게 먹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끝나면서 꾸준히 늘고 있는 야외 취식도 컵 비빔면의 수요·공급 증가에 일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뜨거운 비빔면이 일반적인 조리법으로 정착하면 비수기인 가을, 겨울에도 비빔면 매출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1800억원 안팎에서 정체 중인 비빔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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