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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마라는 거들 뿐…팔도 '마라왕 비빔면'

  • 2024.03.25(월) 07:00

팔도, 새 브랜드 '마라왕' 론칭해
팔도비빔면에 마라분말스프 추가
마라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용 맛

팔도의 마라왕비빔면/사진제공=팔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비빔면 먹기엔 아직 춥다고?

라면업계에서 3-4월은 '비빔면의 달'이다. 아직 비빔면을 먹기엔 바람이 조금 차가울 수 있겠지만, 이 때쯤 신제품을 내놓고 마트에 선보여야 본격적인 비빔면 시즌이 오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인식시킬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비빔면은 업계에서 '해 볼 만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간 '팔도비빔면'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2위라 부를 만한 브랜드가 없었는데, 농심 '배홍동'이 확실하게 2위 제품으로 자리잡으며 균열을 냈다.

올해 비빔면 시장에서 경쟁할 제품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배홍동에 앞서 잠시 2위 타이틀을 따냈던 오뚜기의 '진비빔면'과 하림산업의 '더미식 비빔면'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엔 배홍동이 면을 쫄깃한 건면으로 바꾼 '배홍동 쫄쫄면'으로 또 한 번 바람몰이를 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나타난다는 건 그만큼 1위 브랜드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것. 전통의 강호 팔도비빔면의 점유율은 어느새 50%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팔도는 그간 눈에 띄는 신제품을 선보이기보단 팔도비빔면의 맛을 다듬는 데 집중해 왔다.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전체 시장이 커지며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엔 드디어 팔도가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선보인 대형 비빔면 신제품 '마라왕 비빔면'으로 올 비빔면 시즌을 접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빔면 명가' 팔도의 새 비빔면은 어떤 맛일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먼저 맛보기로 했다.

유행 넘어 생활로

팔도가 비빔면 신제품에 '마라'를 꺼내든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라는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향신료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마라가 주요 외식 메뉴로 자리잡은 지 벌써 10여 년이다. 배달의민족에서 검색어 순위 1위를 지킨 지도 오래다. 

라면업계는 앞서 한 차례 '마라 시리즈'를 내놨었다. 농심이 '마라고수 마라탕면', 오뚜기가 '마라샹궈면'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이 마라맛 라면을 내놨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그 사이 마라의 인기가 식지 않고 더 대중화되며 다시 한 번 마라 라면을 내놓을 기회가 왔다.

팔도가 한정판으로 선보인 킹뚜껑 마라맛/사진제공=팔도

팔도는 올해 초 '킹뚜껑 마라맛'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70만개가 1개월 만에 완판됐다. 마라 라면에 대한 수요가 검증된 셈이다. 마라가 라면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 팔도는 '마라왕' 브랜드의 첫 제품으로 마라왕 비빔면을 내놨다.

마라왕 비빔면의 콘셉트는 '쿨한 마라맛'이다. 마라를 이용한 뜨거운 국물 라면은 많지만 차가운 비빔면은 거의 없었다. 팔도 연구진은 차가운 면과 잘 어울리는 한국식 마라 분말스프를 개발했다. 산초와 베트남 하늘초를 배합해 평소 향신료에 익숙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라 향이 혀 끝을 스치운다

마라왕 비빔면은 면과 비빔장 스프, 마라별첨스프로 구성돼있다. 뜯자마자 이 제품이 독립적인 신제품이라기보다는 팔도비빔면의 형제 격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면은 팔도비빔면 특유의 희고 얇은 면이며 비빔장은 아예 팔도비빔면 스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팔도비빔면에 마라별첨스프만 추가됐다는 의미다. 

마라 분말 스프를 제외하면 팔도비빔면과 동일한 제품이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조리법 역시 팔도비빔면과 동일하다. 조리를 마친 후 소스를 넣고 비빌 때 마라 별첨 소스를 함께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제조공정의 효율을 중시한 결과겠지만, 비빔면의 핵심인 비빔장에 해당 제품의 로고가 아닌 팔도비빔면 로고가 그대로 들어있다는 건 조금 아쉬운 점이다. 

실제 맛을 보면 마라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보다는 팔도비빔면의 매콤달콤한 맛 뒤에서 받쳐주는 조력자 역할에 가깝다. 최근 진비빔면, 배홍동 등 더 달고 더 매콤한 비빔면이 늘어나면서 팔도비빔면이 상대적으로 '심심한 맛'처럼 느껴졌는데 마라향이 더해지며 보다 개성있는 맛이 완성됐다.

팔도 마라왕비빔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이는 팔도가 '마라왕' 브랜드를 틈새시장 공략용이 아닌 대중 브랜드로 키우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팔도는 마라왕 비빔면 출시와 함께 국물라면, 볶음면 등 다양한 형태로 마라왕 브랜드를 확장하고 마라라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소 대중적인 맛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이 때문에 '마라왕'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강렬한 마라맛을 기대했던 소비자라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제품은 '마라 비빔면'이라기보다는 '팔도비빔면 마라 에디션'에 가까운 제품이다. 팔도 측 역시 "평소 향신료에 익숙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마라 입문용 제품이라는 의미다.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팔도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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