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낮 온도가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비빔면 시장이 일찌감치 성수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위 자리를 굳힌 농심은 가장 먼저 신제품을 선보이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오뚜기도 광고 모델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리고 있다.
업계 1위 팔도는 신제품보다는 기존 팔도비빔면을 소폭 개선하는 선에서 올 여름을 맞이할 계획이다. 지난해 비빔면 시장 점유율 50%를 여유있게 넘긴 만큼 '집토끼'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2위 싸움 끝낼까
비빔면 시장은 현재 1강 2중 구도다. 5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팔도의 팔도비빔면이 4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농심의 배홍동과 오뚜기 진비빔면이 2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빔면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다. 지난해 긴 장마의 영향으로 성수기 비빔면 시장 규모가 10% 넘게 뒷걸음질치면서 기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흐름은 농심에 유리하다. 두 브랜드 모두 출시 첫 해 2위를 차지했지만 신제품 후광이 줄어든 지난해의 정면 승부에서는 배홍동이 2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한 수 위임을 증명했다.
신제품도 가장 발 빠르게 내놨다. 2월 배홍동 비빔면의 면을 쫄면으로 바꾼 '배홍동 쫄쫄면'을 출시했다. 론칭을 함께 한 유재석과의 광고 모델 협상도 일찌감치 마무리지었다.
진비빔면은 올해 광고 모델을 가수 마마무의 멤버 화사로 교체하고 재단장에 나섰다. 올해 배홍동과의 간격이 더 벌어진다면 사실상 '넘버 3'로 굳어진다. 과감한 프로모션으로 격차를 줄여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셈이다.
여유로운 팔도
팔도는 한 때 60%를 웃돌던 시장 점유율이 50%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전체 비빔면 시장이 성장하면서 팔도비빔면의 매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농심과 오뚜기가 따라오고 있지만 격차가 크다.
2015년 750억원이었던 비빔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팔도비빔면의 점유율은 60.1%에서 53%로 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매출은 451억원에서 700억원대로 50% 넘게 늘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점유율은 줄었지만 전체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1위 효과'다.
aT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라면 구매 요소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익숙한 맛(48.2%)'이다. 진비빔면이 주력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가격 대비 양'을 고려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22.8%에 불과했다. 건더기나 내용물(22.6%) 역시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기존 1위 브랜드가 유리한 구조다.
올해에도 팔도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기존 팔도비빔면을 중심으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기존 브랜드 경쟁력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팔도 관계자는 "지난해 액상스프의 원재료를 태양초 고추장으로 바꾸는 등 고급화하고 면 시즈닝도 개선했다"며 "올해엔 포장재 디자인을 개선하고 내년 팔도비빔면 출시 40주년 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