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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진비빔면' 약진 소식에 발끈한 이유

  • 2022.10.08(토) 10:05

[주간유통]농심, 비빔면 매출 데이터로 반박
"비빔면 2위는 '배홍동'…오뚜기와 격차 커"
라면 가격 인상부터 오뚜기와 미묘한 신경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사달의 시작

지난 5일 오전 농심이 보도자료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보도자료 제목은 '코로나·폭우로 라면 시장 성장, 비빔면 시장 감소'였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비빔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농심의 비빔면인 '배홍동'이 오뚜기의 비빔면인 '진비빔면'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부동의 1위인 팔도 비빔면에 이어 비빔면 시장 2위는 단연 농심이다'였습니다.

농심이 왜 뜬금없이 비빔면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까 의아했습니다. 국내 라면 1위인 농심이지만 유독 비빔면 시장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빔면은 어찌 보면 농심에게 있어 '아픈 손가락'입니다. 팔도 비빔면은 오랫동안 비빔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천하의 농심도 비빔면 시장은 늘 큰 벽이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런 농심이 왜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될 비빔면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을까요. 궁금했습니다. 업계 곳곳에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더군요. 지난주에 게재된 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모 경제지가 영수증 앱 리워드 업체와 손잡고 한 주일간 이 업체의 앱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의 구매 비율을 바탕으로 쓴 기사가 이번 사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이 앱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9월 넷째 주에 오뚜기의 진비빔면 구매 경험도가 농심의 배홍동을 3배 차이로 누르고 2위에 올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핏 기사만 보면 마치 오뚜기가 전체 비빔면 시장에서 농심을 누르고 2위에 등극한 것처럼 보입니다.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진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발끈'한 농심

사실 이런 기사는 업체 쪽에서 제공하는 '제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기사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사를 봐야 합니다.  물론 기사에는 데이터를 어디서 제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쓰여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것보다 화려한 그래프에 찍혀있는 숫자에 더 시선이 갑니다. 그래프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한 진비빔면과 배홍동의 격차는 확연했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 기사가 나간 이후 농심 측에서 내부적으로 발끈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사 내용이 자칫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농심은 실제로 전체 비빔면 시장 상황이 어떤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려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로 농심이 보내온 보도자료에 따르면 앞서 말씀드린 기사의 내용과는 정반대입니다. 비빔면 성수기인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비빔면 매출액을 살펴보면 배홍동이 진비빔면을 확연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심의 배홍동은 이 기간 74억원의 매출을 거둔 반면, 오뚜기 진비빔면은 4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둘 사이의 격차는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18억원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배홍동은 압도적인 1위인 팔도 비빔면과의 격차도 전년 대비 10억원가량 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6월~8월 매출액의 경우 팔도 비빔면은 200억원, 배홍동은 81억원으로 119억원차이였지만 올해는 팔도 비빔면이 182억원, 배홍동이 74억원으로 차이는 108억원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농심 입장에서는 발끈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단히 뿔났다

업계 관련 기사 작성 시 숫자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대부분 해당 업체에게 문의해 숫자를 받니다. 개별 업체의 숫자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가 답변을 줍니다. 하지만 업계의 시장 규모 등과 관련된 숫자 공개에는 난색을 표합니다. 업체들은 대부분 시장 조사 전문 업체의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유료입니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숫자들을 받아봅니다.

그 숫자들 속에는 경쟁업체들의 숫자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을 잘못 전달했다가는 경쟁 업체의 상황까지 노출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 탓에 업체들에게 숫자를 문의하면 대부분 한 번에 숫자를 주겠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상대방이 우리의 숫자를 공개했다고 하면 기분 좋을 리가 없겠죠. 그래서 다들 조심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입니다.

자료=닐슨IQ코리아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러분들이 식품 업계 관련 기사들을 보실때 등장하는 해당 업계의 시장 규모 등의 숫자들은 모두 시장 조사 전문 업체가 제공하는 데이터입니다. 이 숫자를 사용할 경우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숫자를 제공한 업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이 숫자를 사용해 기사를 쓴 기자도 해당 업체의 추산이 아닌 제3자의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어서 일정 부분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번에 농심이 사용한 데이터도 마찬가지 입니다. 농심의 데이타는 닐슨IQ코리아라는 시장 조사 전문 업체의 데이터입니다. 농심은 최대한 관적으로 수치를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특이한 점은 농심이 공개한 데이터에는 오뚜기 진비빔면의 매출액도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불문율을 깬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방의 숫자를 공개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농심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묘한 신경전

농심과 오뚜기는 최근에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시작은 오뚜기였습니다. 오뚜기는 최근 라면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3년 만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역시 갓뚜기"라는 칭찬을 받은 지 불과 1년 2개월 만에 다시 인상에 나섰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니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오뚜기는 가격 인상 발표가 부담스러웠던 듯합니다.

오뚜기는 가격 인상 보도자료에서 "앞서 농심은 9월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리고, 팔도는 10월 1일부터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라면 4사의 가격 인상은 오뚜기가 2회로 가장 적었고, 농심과 팔도가 각 4회, 삼양식품이 3회 인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격을 인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횟수로는 우리가 가장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오뚜기가 굳이 상대방의 가격 인상 횟수를 '친절히' 알려준 의도가 무엇이냐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오뚜기의 가격 인상 발표 이후 농심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꽤 불쾌해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대응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그랬던 농심이 이번만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찌 됐건 이번 논란은 농심의 강력한(?) 대응으로 어느 정도 사그라진 듯합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오뚜기의 도발에 대한 농심의 복수전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식품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라면 1, 2위인 농심과 오뚜기 모두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고물가 탓에 모두가 지친 요즘, 업체들의 신경도 많이 예민해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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