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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라면왕국 아니었어?"…'스낵 왕국' 농심

  • 2022.12.19(월) 06:50

스낵 시장 1위 기업 '농심'
새우깡 등 스테디셀러 강세
정작 농심은 "라면에 집중"

과자의 추억

어릴 때 제가 가장 좋아하던 선물은 다양한 과자가 종류별로 잔뜩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온갖 과자와 초콜릿, 껌, 사탕이 가득한 상자에서 좋아하는 맛만 골라 비밀 창고(라고 부르지만 모든 가족들이 위치를 알고 있는)에 숨겨두곤 했죠.

어른이 되고서도 여전히 집 서랍 한 칸은 '과자 칸'입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허기가 지는데 밥은 먹기 싫을 때면 과자 한 봉지를 꺼내들곤 합니다. 뜯을 때는 '반만 먹어야지' 생각하지만 하나 두개 꺼내 먹다 보면 어느 샌가 한 봉지를 다 먹어버리고 '양이 적은 질소 과자라서'라는 핑계도 대 봅니다.

80~90년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선물종합세트'였다./사진제공=롯데제과

그런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과자의 타입은 다 다르죠. 우리가 통칭해서 '과자'라고 부르지만 이 안에는 꽤나 다양한 분류가 존재합니다. 그 중에도 가장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스낵'이라 불리는 카테고리입니다. 스낵은 원래 감자칩이나 프렌치 프라이, 도넛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즈닝을 입힌 과자를 일컫습니다. 무슨무슨 깡, 무슨무슨 칩 등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혼돈의 스낵 시장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낵 기업은 어디일까요. 국내 제과시장 1위 기업인 롯데제과일까요. 롯데제과와 치열한 선두 다툼 중인 오리온일까요. 그도 아니면 한지붕 두가족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일까요. 

의외로 국내 스낵 시장 1위 기업은 '라면 왕국' 농심입니다.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은 스낵 시장에서 3678억원의 매출을 올려 3665억원의 오리온에 앞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에는 3866억원, 2019년에도 3697억원으로 '제과 빅 4'를 누르고 1위를 지켰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24%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농심의 자체 매출 계산으로 보면 실적이 조금 더 좋아집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활발했던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스낵 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죠. 집에 오래 머무른 사람들이 스낵류를 집에 쌓아놓고 먹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농심의 주력 사업이 스낵이 아닌 라면이라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농심은 전체 매출의 79%를 라면에서 벌어들이는 '라면 기업'입니다. 신라면을 필두로 국내 라면 톱 5 브랜드 중 4개(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안성탕면)를 보유하고 있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스낵류 매출 역시 작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제과 시장도 다소 침체했지만 농심은 올해 3분기까지 3281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2020년에 이어 2번째 4000억원 돌파가 유력합니다. 

지금의 농심 만든 새우깡

그 선두에는 '새우깡'이 있습니다. 새우깡은 매년 스낵 부문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대표 스낵입니다. 스낵류 과자에 '깡'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연매출만 800억~900억원에 달합니다.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유력합니다. 

농심의 스낵 시장 제패에는 이 새우깡을 중심으로 양파깡·감자깡·고구마깡·옥수수깡 등 '깡 시리즈'의 역할이 컸습니다. 연매출 300억원대의 꿀꽈배기가 뒤를 받칩니다. 자갈치와 벌집핏자, 바나나킥, 조청유과, 양파링, 인디안밥, 닭다리 등 스테디셀러들도 건재합니다. 

1971년 출시 당시 새우깡 광고./사진제공=농심

사실 새우깡은 1970년 출시된 소고기라면과 함께 지금의 농심을 만든, 농심의 '근본'입니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에 밀려 고전하던 농심을 살린 게 바로 새우깡입니다. 1971년 출시됐으니 1986년에 나온 신라면보다 15살이나 많죠. 소고기라면이 단종된 현재, 농심의 '최연장자'이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농심을 '제과 기업'이라 부를 만도 한데요.

"그래도 우린 라면 기업"

그런데, 농심의 제과 포트폴리오를 보면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출시 제품이 오로지 '스낵'에 집중돼 있습니다. '포카칩'의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만들고, '초코하임'의 크라운제과가 '참크래커'와 '빅파이'도 만드는 것과 비교해 보면 농심의 제과 포트폴리오는 단촐합니다. 

이는 농심이 자신을 '라면 기업'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새우깡의 성공 이후 농심은 1982년 너구리·육개장사발면,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으로 이어지는 황금의 5년을 보내며 '라면 왕국'으로 거듭납니다. 제과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낮아졌죠. 

농심 라면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브랜드가 됐다./사진제공=농심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케이크류나 초콜릿류를 내놓으려면 지금의 스낵류 생산라인이 아닌, 큰 투자가 필요한 별도 생산라인이 필요합니다. 주로 밀가루·감자를 튀기거나 굽는 스낵과 초콜릿·케이크류는 개발·생산 노하우도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제과'로 통칭해 같은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농심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회사를 살려낸 스낵류는 가져가되, 여력은 모두 '본업'인 라면에 쏟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규 투자 역시 라면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던 글로벌 라면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라면 집중' 마인드가 바탕이 됐을 겁니다. 스낵 시장 1위 기업인 농심이 "우리는 제과 기업이 아닌 라면 기업"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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