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NO JAPAN' 운동으로 급감했던 일본산 맥주 수입량이 반등하고 있다. 어느새 중국, 네덜란드에 이은 3위까지 올라섰다. 불매운동 이슈가 사그라들고 일본과의 관계도 회복되면서 다시금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외식 시장이 살아나며 일본식 선술집이나 라멘집 등 일본식 식당을 중심으로 소비가 회복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까지도 수입량이 최전성기의 20% 수준에 불과한 데다 편의점 등 소매 시장에서는 일본 맥주의 영향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NO JAPAN'의 추억
일본은 지난 2018년까지 국내 맥주 수입량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2016년 5만2944톤, 2017년 7만9988톤, 2018년 8만6676톤으로 2위 중국과 큰 격차를 냈다. 유럽산 수입맥주들이 독특한 풍미로 맥주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은 반면 일본산 맥주들은 국산 맥주와 비슷하면서도 더 고급스러운 맛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일본의 '국민 맥주'인 아사히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프리미엄 맥주의 대표 격으로 자리잡았고 삿포로, 산토리, 기린 등 주요 브랜드들도 고급 맥주로 포지셔닝했다. 2017년에는 100년 넘게 일본 내에서만 판매를 이어갔던 에비스 맥주도 국내에 진출했다. 그만큼 일본 맥주의 인기가 높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9년 7월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시작된 'NO JAPAN' 운동이 일본 맥주의 앞길을 막았다. 불매운동 참여자들이 이전 불매운동들과 달리 SNS 등으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일제'의 대표 격으로 지목된 일본 맥주 매출이 급락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일본 맥주 수입량은 4만7331톤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이듬해에도 불매운동 여파는 그치지 않았다. 2020년 일본맥주 수입량은 2년 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6490톤으로 급락했고 순위도 10위로 처졌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7751톤으로 소폭 반등했을 뿐이다.
어느새 3위 복귀…비결은 일식당?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한 맥주 양은 전년 대비 2.4배 이상 늘어난 1만8940톤이었다. 이는 중국과 네덜란드에 이은 전체 3위에 해당한다. 금액 기준으로도 2021년 688만 달러(약 86억원)에서 1448만 달러(약 182억원)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맥주 수입량 중 일본 맥주 비중은 약 8.2%다. 최전성기였던 2018년의 8만6000여톤, 22.3%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1년 만에 1만톤 이상을 회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 맥주의 반등이 편의점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주요 편의점들의 지난해 매출 '톱 10' 브랜드에 아사히나 기린, 삿포로 등 일본 맥주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입맥주의 주 인기 요인이었던 편의점 할인 행사에 대부분의 일본 맥주가 다시 포함됐음에도 개별 브랜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와 불매운동으로 인해 침체됐던 일본식 선술집(이자까야), 일본 라멘집 등 일본 맥주를 취급하는 식당·주점의 매출 회복을 일본 맥주 수입량 반등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고 외식산업이 살아나면서 일본 맥주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식 식당들의 경우 콘셉트 유지 등을 이유로 아사히·기린 등 일본 맥주만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이에 올해에도 일본산 맥주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전처럼 일본 맥주가 압도적인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이네켄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맥주가 연 5만톤 이상 수입되는 등 '주류'로 자리잡았고 국산 수제맥주 시장도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당을 중심으로 일본 맥주 수요가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가정용 시장에서는 국산 수제맥주와 유럽산 맥주의 세력이 커지면서 일본 맥주로 '리턴'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며 "불매운동 이전의 일본 독주 체제가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