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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비건치즈는 비싼 '가짜치즈'다?

  • 2023.03.24(금) 07:30

파파존스 '비건 치즈 피자' 인기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유사 치즈 사용
10년 전 논란 된 '모조치즈'와 품질달라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비건 치즈/사진=Sheese 홈페이지

'비건 치즈 피자'가 인기입니다. 피자에 물소 젖으로 만드는 모짜렐라 치즈 대신 비건 치즈를 넣은 피자인데요. 파파존스가 선보인 '그린잇 식물성 피자'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9일 출시돼 열흘도 되지 않아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였다고 하죠.

파파존스에 따르면 비건 피자에 들어가는 비건 치즈는 영국 식품회사(Sheese)의 제품입니다. 코코넛 오일을 주원료로 감자 전분, 귀리 섬유, 옥수수 전분 등을 첨가해 모짜렐라 치즈의 맛과 질감을 냈다고 합니다.

파파존스가 판매 중인 비건 피자/사진제공=파파존스

이 설명을 보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2012년 피자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조 치즈 논란'입니다. 우유를 넣지 않고 팜유 등 식물성 기름에 전분과 산도조절제 등을 넣은 모조 치즈로 피자를 만들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에 적발된 사건입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6개 업체는 자연 치즈에 첨가물을 넣은 가공 치즈를 사용했고 3개 업체는 우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모조 치즈를 섞어 사용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이 사건이 확대되자 주요 피자 브랜드들이 앞다퉈 "우리는 모조 치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죠.

'식용유로 만든 모조 치즈'가 문제였던 것이죠. 우유를 전혀 넣지 않고 식용유에 전분을 섞어 만든 치즈를 당시엔 가짜 치즈, 모조 치즈, 식용유 치즈라고 불렀죠. 이 '가짜 치즈'는 지금의 '비건 치즈'와 어떻게 다를까요? 

2012년 모조치즈 논란 당시 피자업계는 잇따라 입장문을 발표하며 "모조치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사진=59피자

국내 치즈 제조 기업들과 파파존스피자에 비건 치즈와 모조 치즈의 차이점을 물어봤습니다.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식물성 기름을 바탕으로 전분과 소금, 조미료, 증점제(점성을 증가시키는 첨가물) 등을 넣어 만든다는 점에서는 두 가지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건 치즈 역시 모조 치즈의 갈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조 치즈는 원가를 낮추는 게 목적인 만큼 저가의 팜유가 많이 쓰였고 다른 원재료의 품질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비건 치즈라 불리는 제품은 코코넛 오일, 캐슈넛 오일, 오트 오일 등 고가의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또 비건 치즈의 경우 단백질과 유기질 등의 성분을 추가해 영양 성분까지 자연산 치즈와 비슷하게 구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뼈대는 같되 세부적으로 따져 보면 제조 목적에 따른 품질의 차이가 크다는 거죠. 

신세계푸드가 수입하는 '바이오라이프' 비건치즈/사진제공=신세계푸드

파파존스가 사용하는 비건 치즈(Sheese) 역시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다고 말씀드렸죠. 국내에 시판 중인 다른 비건 치즈들 역시 비슷합니다. 신세계푸드가 수입하는 바이오라이프의 식물성 모짜렐라 치즈도 코코넛 오일이 주원료이며 국내 기업인 비욘드더밀크도 코코넛 오일로 만든 치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인도의 카타로스라는 스타트업은 수박씨를 이용한 치즈를 선보였죠.

이 제품들은 원가 절감이 목표가 아닌 만큼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우유로만 만든 치즈보다 비싼 게 일반적입니다. 우유보다 코코넛 오일이 비싸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 제품들 모두 식품 유형 상으로는 '모조 치즈'에 속합니다. 아무튼 우유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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