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투 톤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BAT만의 독창성은 '조합과 조화'라 생각했습니다. '대조'를 잘 배치하면 조화로움이 부각되죠."
BAT로스만스는 28일 글로 하이퍼 X2의 기획·디자인을 이끈 김강민(Ken Kim·켄 킴) BAT그룹 디자인 총괄의 온라인 라이브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글로 하이퍼 X2는 BAT가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이다. 이날 김 총괄은 글로 제품 디자인에 담긴 철학, 개발 과정 등 뒷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는 최근 글로가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총괄은 국내외 디자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미국 테크 기업인 오라클, 시스코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 LG전자에도 몸담으며 내실을 쌓았다. 2020년 BAT그룹에 합류해 그룹 내 디자인 팀을 구축하고 이끄는 중이다. 지난해 그가 주도한 글로 프로 슬림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2022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글로 하이퍼X2의 상징은 특유의 '투 톤' 디자인이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던 점이다. 색상, 재질, 모양 등 디바이스 전반에 걸쳐 대조미가 부각된다. 글로 하이퍼 X2는 무광의 매트한 질감과 유광의 메탈릭 포인트를 혼합했다. 색상은 민트 블루, 메탈 블랙, 메탈 오렌지, 블랙 레드, 화이트 골드 등 5가지다. 그만큼 디바이스(기기)의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 김 총괄의 말이다.
김 총괄은 "진정성에 심플함을 더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글로가 소비자에게 전하는 디자인 언어"라며 "색상, 재질, 모양 등 디바이스 전반에 걸쳐 대조미를 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수요가 많은 블랙 컬러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며 "블랙과 레드 조합이 강렬함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 이번에도 블랙 레드 컬러 제품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BAT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 투 톤 디자인을 차용했던 것"이라며 "BAT만의 독창성은 '조합과 조화'라고 생각했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특히 민트 블루 색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총괄은 "민트블루의 경우 저희만의 블루를 갖고 싶었다"며 "오션, 터키쉬 블루 등을 고민해 완성한 색상인 만큼 디자인팀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라고 꼽았다.
그렇다고 디자인만 강조할 수도 없다. 특히 전자담배는 편의성이 필수다. 김 총괄은 글로 하이퍼 X2가 전작과 달리 '투 버튼'으로 분리된 이유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글로 슬림 등 전작에서는 원 버튼을 오래 누르면 부스트 모드가 적용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글로 하이퍼 X2는 부스트 모드와 스탠다드 모드 버튼이 나뉘어 있다. 이는 글로 시리즈 중 처음 적용된 기술이다.
김 총괄은 "디자인만 강조하다 보면 편리함이 줄어 들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버튼으로 연출하는 것이 디자인적으로는 더욱 간결하지만, 고객이 사용할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2개의 버튼을 분리해 적용했다"며 "소비자가 어떻게 하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중요하게 고려하며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
휴대성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담배는 지갑·스마트폰과 함께 항상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제품이다. 김 총괄은 고객이 제품을 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계속해서 연상했다. 그는 "글로 하이퍼 X2는 360 인덕션 히팅 시스템이 적용되어 사이즈를 줄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를 한계가 아닌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엔진을 강조하는 배럴링(barreling)이라는 컨셉을 적용했다"고 했다.
글로 하이퍼 X2에는 이물질로부터 기기를 보호하기 위한 '아이리스 셔터'가 탑재되어 있다. 이 셔터를 돌리는 각도·강도에 신경을 썼다는 설명이다. 김 총괄은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최적의 셔터 매커니즘을 위해 25도에서 75도까지 모든 가능한 각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아이리스 셔터의 꺾쇠도 한손으로 가장 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수십가지 모양을 연구했다"고 돌아봤다.
향후 전자담배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도 내다봤다. 현재 전자담배 시장은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변화하고 있다. 김 총괄은 "도입기에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기획했다면, 성장기에는 고객이 제품을 통해 편하고, 높은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특히, 제품 자체도 심플하면서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트렌드가 변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시장 성공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김 총괄은 "한국 시장은 특별하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에서 성공한다' 믿는다"며 "한국인은 까다롭고,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제품을 선택하기에, 한국인들은 만족시키면 성공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디자인의 강점은 '디테일과 정제'에 있다" 며 "BAT그룹의 디자인 팀에서도 한국인 4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글로의 대표 기능인 부스트 모드, 아이리스 셔터의 디테일 등 많은 부분들을 사실상 한국인 팀원들이 맡았다"며 "글로 프로 슬림 디자인의 초기 컨셉은 한국 팀이 모두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기는 디자인"을 하는 것. 글로가 '카테고리 리더'가 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현재 BAT는 연소 비연소 제품을 아우르는 '멀티 카테고리 기업' 전환에 나서고 있다. 김 총괄은 "입사를 위한 인터뷰를 한 후, BAT는 담배회사가 아닌 '혁신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합류하게 됐다"며 "뛰어난 제품력을 바탕으로 글로가 가진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