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뷰티 대기업이 몸집을 줄이고 있다. 그간 회사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올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미진한 가운데 '한한령(한류금지령)' 재개 우려까지 커지면서다.
첫 희망퇴직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01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50세 이상 부문장·팀장 또는 만 7년 이상의 부문장 직급 △만 10년 이상 팀장 직급 직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력 구조의 정체 현상을 개선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유는 경기침체 국면을 대비한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시장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 보다 지연되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인력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분기 LG생활건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조 683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459억원으로 16.9% 감소한 상황이다.
직원 줄이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도 처지는 비슷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1월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직원수를 줄이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수는 △2020년 5830명 △2021년 5408명 △2022년 5109명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 1분기는 직원 수(5057명)도 작년 말보다 소폭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직원은 2016년 626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 보복 여파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보수적인 채용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재 직원 수는 2014년(4936명) 수준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직원 감소 배경 중 하나엔 실적 부진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매출은 9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644억원으로 59.3%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0년 이후 희망퇴직을 추가한 적은 없다"면서도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채용 규모를 축소해 직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 '안갯속'
업계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한한령' 우려까지 높아지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일 외국인 관광객 현황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국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 대비 24%에 그쳤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55%) 보다 2배 이상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가 아직 내수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가국에서 한국이 제외된 탓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한한령' 재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내용이 채택된 후다. 중국 내 네이버 접속이 차단되고 정용화 가수의 중국 방송 출연이 취소되면서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상황과 면세점 수요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인 변수는 통제할 수 없고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