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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맥플러리 '숟가락 구멍'의 비밀

  • 2023.12.10(일) 13:00

[생활의 발견] '네모 구멍' 맥플 숟가락
손쉽게 섞어 편리…'쉐이커 봉' 역할
친환경 정책 확대로 단계적 교체 추진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전 맥도날드에 가면 꼭 먹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맥플러리'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 설명을 해드리자면 밀크쉐이크 같은 아이스크림입니다. 디저트 메뉴에서 고를 수 있죠. 컵에 담은 소프트아이스크림에 각종 재료를 섞고 비벼서 만듭니다. 섞는 재료에 따라 오레오 맥플러리, 딸기 맥플러리, 초코 맥플러리로 나뉩니다. 

맥플러리를 먹을 때마다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숟가락입니다. 두껍고 길쭉하게 생긴데다, 뒷 모양에는 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팬꽂이 같은 고리도 붙어있습니다. 참 특이합니다. 베스킨라빈스나 일반 아이스크림점에서 주는 일반적인 숟가락과는 다릅니다. 언뜻 보면 빨대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중간에 구멍도 두 개가 뚫려 있습니다. 정확한 사용법(?)인지는 모르지만 전 이를 빨대처럼 쓰기도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더 가볍고 얇은 숟가락을 줘도 될텐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거죠. 그래서 한국 맥도날드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숟가락은 '쉐이커'의 일종이었습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맥플러리는 아이스크림에 각종 토핑을 넣어 함께 섞어야 하는데요.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고객이 재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 재료에 딸기가 있어서 믹서기에 묻었는데 다음 사람이 딸기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해당 재료를 빼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믹서기를 매번 닦아야 합니다. 그래서 맥도날드는 믹서기의 섞는 부분을 아예 숟가락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뒤 구멍은 믹서기에 꽂는 부분인 겁니다. 

미국 맥도날드는 소송에 민감합니다. 제품을 먹고 알레르기가 생겼다며 소송을 거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실제로 소비자가 승소한 판례도 있고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역시 달걀, 밀, 땅콩 등 알레르기 물질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습니다. 맥플러리 숟가락은 이런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책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종업원이 믹서기를 매번 닦아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일 겁니다. 명색이 패스트푸드인데 이 때문에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늦으면 안 되겠죠. 인건비가 더 투입되어야 해 부담도 클 겁니다. 사실 맥도날드만 이런 숟가락이 있는 건 아닙니다. 롯데리아도 맥플러리와 비슷한 디저트 '토네이도'가 있는데요. 이 역시 숟가락이 쉐이커로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맥도날도 본사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맥플러리 숟가락 제공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신 맥도날드의 기본 아이스크림(선데이 아이스크림)에 제공되는 작은 숟가락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맥플러리 숟가락이 활용되는 과정 / 사진=틱톡@essentialmcdonalds

맥플러리 숟가락은 일반 플라스틱 숟가락보다 더 크고 단단합니다. 반면 선데이 아이스크림에 제공되는 작은 숟가락은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크기가 작아 폐기물 배출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인 겁니다. 맥플러리 섞는 방식 변경도 고려 중입니다. 세척과 교체 등 재사용이 가능한 회전봉을 도입하는 겁니다.

이처럼 맥도날드 본사는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플라스틱 해피밀 장난감을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3D 종이로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맥도날드는 어떨까요. 한국 맥도날드는 당장 미국 본사처럼 맥플러리 숟가락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매장 내 플라스틱 식기류와 컵 사용을 중지하는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플라스틱 컵뚜껑을 충전재로 재활용한 신규 직원 유니폼 'PET 리사이클링 아우터'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 4월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가 맥플러리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숟가락 하나에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여러분들도 맥도날드에 방문해 맥플러리 숟가락에 숨겨진 이야기를 주변 분들에게 이야기해보세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에도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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