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서 'K패션'의 인기가 뜨겁다. 전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인기가 치솟자 한국식 패션에 대한 관심까지 급증하고 있어서다. 최근 캐주얼, 스트리트, 액세서리까지 많은 한국 브랜드가 일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애슬레저와 스포츠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내 'K애슬레저'의 선봉장에 선 브랜드는 '젝시믹스'다.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K패션 인기가 끓어오르기 전인 2019년 현지법인을 세우고 일본에 직진출했다. 일본은 젝시믹스의 첫 해외 진출국이다.
5년여간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끝에 젝시믹스는 일본 대표 애슬레저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도쿄에서 이정훈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일본법인장을 만나 일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 상륙
일본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일본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6263억엔(출고액 기준, 약 5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아직 시장 내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고 시장을 장악한 과점 브랜드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레깅스의 경우 대중화가 아직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서 젝시믹스 등 레깅스를 내세운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최근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에서도 레깅스에 대한 관심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 필라테스가 각광 받으면서다.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레깅스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SNS를 통해 한국인들이 필라테스, 요가 등의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일본인이 많다. 기구 필라테스는 한국에서 먼저 유행해 일본까지 인기가 번진 대표적인 운동이다.
이 같은 필라테스와 요가의 성장은 레깅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레깅스의 디자인적인 요소와 함께 기능에 대한 관심도 느는 분위기다. 이에 많은 애슬레저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의 룰루레몬·옴니, 미국의 단스킨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일본 에미요가 등이 일본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게 바로 국내 브랜드인 젝시믹스다. 앞서 B2C, B2B 수출을 통해 일본 내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019년 일본에서 직접 법인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젝시믹스 재팬의 AtoZ
이정훈 브랜드엑스 일본 법인장은 원래 젝시믹스 제품을 일본에 수입하던 수입상이었다. 그는 유학생으로 일본 생활을 시작한 뒤 자기 회사를 차려 여러 한국 제품을 일본 이커머스에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던 중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연이 닿으면서 젝시믹스의 제품도 수입하게 됐다. 이때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이 법인장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 법인장도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소속이 됐다.
이 법인장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019년 일본 시장이 중요하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현지법인 설립을 결정했다"며 "내가 이미 젝시믹스 수입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지사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젝시믹스가 일본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던 것도 이 법인장의 역할이 컸다.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은 레깅스를 바라보는 시선과 니즈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레깅스를 일상복처럼 즐겨 입으면서 몸에 밀착돼 근육을 지지해주는 기능 등에도 관심을 갖지만 일본인들은 레깅스를 운동복처럼 여기면서 헐렁하게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 법인장의 설명이다.
이 법인장은 "예전에는 유행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면 요즈음에는 한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것들이 일본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필라테스와 요가의 유행이 정점을 찍었다면 일본에서는 이제 시작돼 계속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젝시믹스가 처음 집중한 곳은 온라인 시장이다. 젝시믹스는 2020년부터 라쿠텐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 3개월 만에 요가·필라테스웨어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현재도 젝시믹스는 라쿠텐에서 2위권 브랜드와 격차가 큰 1위를 유지 중이다. 최근 젝시믹스는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직접 입어보고 확인해봐야 하는 패션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정규 매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젝시믹스는 현재 오사카 다이마루 백화점과 나고야 파르코 백화점, 도쿄 유라쿠초 마루이 백화점에 세 개의 정규 매장을 갖고 있다. 이 법인장은 "도쿄 시부야 장기 팝업스토어의 경우 내년 정규 매장으로 계약을 전환하기로 했다"며 "리뉴얼을 거쳐 내년 3월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