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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시믹스는 어떻게 일본 애슬레저 강자가 되었나②

  • 2024.12.11(수) 09:10

CS·배송 강화…차별화 프로모션으로 인지도 '쑥'
올해 두자릿수 성장률…내년 매출 200억원 목표
"K애슬레저 넘어 日서 사랑 받는 스포츠 브랜드로"

도쿄 유라쿠초 마루이 백화점의 젝시믹스 매장.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젝어강

[1편에 이어] 일본 시장에서 경쟁사가 늘어나는 중에도 젝시믹스는 일찌감치 경쟁 브랜드보다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전화가 아닌 이메일이나 게시판으로 사전 문의를 하는 일본 고객 특성에 맞춰 CS를 강화한 게 주효했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판매 제품을 365일 당일 발송하는 등 배송를 강화하면서 지금까지도 라쿠텐 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도 젝시믹스의 매출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두 장째 반값'이다. 일본의 일부 양복점에서 한 벌을 사면 두 번째 옷을 반값으로 판매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이 법인장은 "두 장째 반값 마케팅을 통해 객단가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며 "우리가 5년 정도 이런 마케팅을 펼치자 경쟁 브랜드도 따라할 정도"라고 전했다.

라쿠텐 요가·필라테스웨어 카테고리에서 지난 9일 기준 일일 랭킹 1~3위에 올라있는 젝시믹스 제품들. / 사진=라쿠텐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 젝시믹스가 인기가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가성비다. 젝시믹스는 일본에서 한국의 약 1.5배 가격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룰루레몬같은 경쟁 브랜드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저가 브랜드가 난립하는 라쿠텐에서는 젝시믹스가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다.

이렇게 아주 저렴하지도, 아주 비싸지도 않은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면서 젝시믹스는 요가·필라테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고소득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젝시믹스 일본 매출의 70% 이상이 고소득층 비율이 높은 도쿄에서 나온다. 실제로 도쿄 시내에서 젝시믹스 제품을 착용한 고객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법인장은 "현재 살고 있는 맨션의 엘리베이터에서 젝시믹스 제품을 전신에 착용한 고객을 본 적이 있다"며 "또 맨션 쓰레기장에서 우리 박스를 발견할 때도 반가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초 도쿄에 오신 어머니와 산책을 하던 중 젝시믹스 가방을 메고 가는 고객을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도쿄 유라쿠초 마루이 백화점의 젝시믹스의 매장에서 진행되는 '두 장째 반값' 이벤트.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고객 대상 이벤트에서도 젝시믹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젝시믹스는 공원에서의 요가 클래스, 러닝 행사 등의 현장 이벤트를 통해 일본 고객과 소통한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갖고 있는 운동복을 입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데, 참가자 중 젝시믹스 제품을 입고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먼저 거래 제안이 오는 경우가 늘어난 점 역시 젝시믹스가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요가·필라테스 강사들이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스튜디오들이 프랜차이즈 체인에 소속돼 있다. 이들 체인과의 B2B 거래가 별다른 영업 없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법인장은 "젝시믹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입소문을 타자 자연스럽게 고객이 먼저 찾아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 넘어 글로벌로

일본 시장 내 젝시믹스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일본법인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80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78억원)을 넘어섰다. 4분기 실적도 좋다. 젝시믹스는 지난달 말 라쿠텐, 자사몰 등에서 온라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 후 역대 최대 월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 1일에는 매달 1일 진행하는 할인 행사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겹치면서 역대 최고 일 매출 기록도 세웠다.

이 법인장은 "올해 연 매출액은 120억~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해 180억~20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률을 유지해 5년 안에 한국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법인장은 "일본에는 방과 후 운동 동아리 활동이 잘돼 있으니 이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면서 같이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스포츠웨어를 사야 할 때 젝시믹스를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 공략에도 나선다. 이 법인장은 "일본은 지방에도 경제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홋카이도, 큐슈에 있는 지방 도시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일본에서 장기적으로 젝시믹스를 '한국 애슬레저 브랜드'가 아닌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한류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인정 받아 안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법인장은 "아디다스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아디다스가 독일 브랜드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스포츠 브랜드로 좋아하는 것"이라며 "일본인들에게 젝시믹스를 '한국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스포츠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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