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클로가 지난해 '1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두드러진 SPA 브랜드로 발길을 옮긴 덕분이다. 유니클로는 올해 이 같은 기조에 맞춰 매장을 늘리고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역시 강하다
유니클로는 한때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시장을 장악한 브랜드다. 2004년 롯데쇼핑이 일본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각각 49대 51의 지분을 출자해 에프알엘코리아를 설립한 게 시작이다. 이후 2005년 SPA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국내에 처음으로 진출하며 큰 돌풍을 일으켰다. 진출 10년 만인 2015년에는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이런 유니클로의 사세가 꺾인 건 지난 2020년에 있었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때문이었다. 2019년(회계연도 전년 9월~당해 8월) 1조3780억원이었던 유니클로의 매출은 이듬해 6298억원으로 주저앉았고, 2021년에는 5824억원까지 떨어졌다. 곳곳에서 '왕의 몰락'이라는 말이 쏟아졌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이때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매장 수를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2019년 190곳에 달했던 매장을 2년 동안 60여 개를 줄였다. 당시 명동점을 비롯해 1호점인 롯데마트 잠실점 등 유니클로의 상징과도 같은 매장들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랬던 유니클로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다시 넘어서며 재기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14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9712억원)보다 1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42억원에서 2294억원으로 38.9% 늘었다. "성장에 속도 내자"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매장 효율화 작업과 함께 핵심 상권을 공략한 게 통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기준 유니클로의 전국 매장 수는 131개다. 이익이 나지 않는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롯데월드몰점이 대표적이다. 이곳 매장의 규모는 약 3500㎡(1059평)로, 국내 최대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도 유니클로의 성장은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PA 브랜드의 호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탓에 의류 지출부터 줄이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에 고가 브랜드를 대신할 수 있는 제품에 소비하는 이른바 '듀프(Dupe)'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도 성장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출점과 라인업 확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중에서도 유니클로는 듀프족을 공략하기 위해 협업 컬렉션 출시에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에는 스페인 대표 럭셔리하우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단 앤더슨과 손을 잡고 'JW 앤더슨 컬렉션'을 선보였다. 오는 21일에는 유니클로 공동 아티스틱 디렉터가 파리 R&D(연구개발) 센터의 디자이너팀과 디자인한 '유니클로 U 컬렉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토종 SPA 브랜드들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만큼 올해 유니클로의 성장이 다소 정체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턱밑까지 쫓아온 신성통상의 '탑텐'과 지난해 매출 격차는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랜드가 운영하는 '스파오', 'NC베이직', '미쏘'를 비롯해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 등 여타 SPA 브랜드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심플한 디자인과 품질,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경험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건 물론 일상복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웨어 라인업을 더 많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