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커피의 대체재 역할을 했던 '액상커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액상커피는 '커피는 마시고 싶지만 지출은 줄이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하지만 강력한 무기로 삼아온 가격 경쟁력이 저가 커피 브랜드에 밀리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틈새 수요를 공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잃어버린 수요
과거 액상커피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가장 큰 이유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였다. 믹스 커피보다 고품질의 맛을 내면서도 커피 전문점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캔·컵·페트 등에 담겨 있어 커피를 만들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도 한몫을 했다. 덕분에 액상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대중적인 소비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편의점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액상커피의 시장 규모는 더욱 빠르게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액상커피의 소매점 매출은 지난 2015년 1조257억원에서 2021년 1조4200억원으로 38.4% 증가했다. 이 기간 편의점이 차지하는 액상 커피 판매 비중 역시 11.9%포인트 상승한 74.7%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랬던 액상커피는 최근 들어 수요가 꺾이는 추세다. 실제로 액상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4144억원에서 이듬해 1조383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3.8% 감소한 1조3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6년 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국인 커피 소비량이 세계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에 따라 주요 액상커피 제조사들의 매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레쓰비'와 '칸타타' 등을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커피 부문 국내 매출은 2745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5.1% 줄었다. '맥심 티오피'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동서식품, '바리스타룰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매일유업의 액상커피 판매액도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소비자 마음 돌리자"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한 저가 커피 브랜드 탓에 액상커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액상커피 가격은 2000~3000원대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라떼류와 비슷하다. 다만 저가 커피의 용량은 591~710㎖인 반면 컵커피는 200~350㎖이 주를 이룬다. 편의점에서 '1+1', '2+1' 행사로 구매하지 않는 이상 대용량을 내세운 저가 커피가 이득인 셈이다.
품질의 차이도 있다. 소매점에서 파는 액상커피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구조다. 맛이 표준화가 되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저가 커피는 갓 내린 커피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샷을 추가하거나 시럽을 조절하는 등 기호에 맞춘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개인화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액상커피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액상커피 제조사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발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존 제품을 재단장하거나 프리미엄화에 나서는 게 대표적이다. 매일유업은 최근 바리스타룰스 리뉴얼을 통해 커피의 밸런스와 풍미를 높였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무당',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제품 라인업도 늘렸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에티오피아 스페셜티 커피 추출액을 활용한 컵커피를 내놨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의 전략이 실질적인 반등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하고 싶게 만들만한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친환경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액상커피는 대체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환경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에 녹아든 데다 개개인의 취향이 다양화, 세분화하면서 원두의 품질부터 로스팅, 추출 기술 등도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며 "향후 액상커피 시장은 기존에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 외에도 브랜드 가치, 지속가능성 등이 경쟁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