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5000원을 넘어섰다. '저가 커피'로 불리는 브랜드들조차 2000~3000원대다. 그러자 편의점 업계가 '1000원대 커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저가 커피 경쟁에 불이 붙었다. 불황 탓에 '커피 한 잔도 사치'라는 인식이 번지자, 편의점이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가격 역주행 카드를 빼든 셈이다.가격 역주행
편의점 커피의 핵심 키워드는 '가성비'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겟(Get) 커피'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CU는 겟 커피 핫 아메리카노(L)와 아이스(XL)를 각각 1500원, 1800원에 판매 중이다. 앞서 겟 커피는 작년 한해에만 2억3000만잔 이상이 팔리는 등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GS25는 지난 3월부터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의 핫 아메리카노 가격을 기존 13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춰 판매하고 있다. 사실상 1000원 커피의 시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세븐카페', '이프레쏘'를 앞세워 가성비 커피 경쟁에 뛰어들었다.
편의점의 즉석커피에는 전략적인 노림수가 숨어있다. 소비자들은 1000원대 커피에서 '합리적인 소비'라는 만족감을 느낀다. 특히 출근길에 커피가 필수인 직장인에게는 지출 부담을 덜어주는 확실한 대안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이런 수요를 잡는 것과 동시에 매장 재방문을 유도,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CU 겟 커피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3년 23.2%, 지난해 21.7%, 올해 1~8월 17.5%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물가 탓에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 소비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편의점 저가 커피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GS25와 이마트24의 커피 매출 역시 매년 늘어나고 있다. GS25 카페25는 최근 3년간 연평균 판매량이 20% 이상 증가했다. 1000원 커피를 앞세워 가격을 내린 지난 3~8월에는 카페25를 하루 2잔 이상 구매하는 고객이 전년 대비 117.5% 늘었다. 이마트24의 커피매출도 올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바라는 건
편의점 즉석커피는 원두와 설비, 물류 등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마진 없는 장사'에 가깝다. 그러나 통상 대량 원두 구매와 자체 물류망을 활용한 유통비 최소화, 셀프 추출 시스템을 통해 원가를 줄여 초저가 공급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커피 판매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여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일종의 '미끼 전략'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업계는 향후 편의점 즉석커피를 찾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평균 판매 가격은 300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적정 가격보다 13.9% 비싸다. 카페라떼(3978원)와 카라멜마끼아또(4717원)도 기대 가격 대비 각각 19.7%, 32.4% 높았다.
업계에서는 편의점이 즉석커피의 품질을 끌어올린다면 전체 커피 시장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 커피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면 굳이 고가 커피전문점을 찾지 않아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GS25가 최근 스위스 '프랑케'의 프리미엄 머신을 점포에 도입하며 고급화를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저가 커피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모두에게 가격 경쟁력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원두 가격 상승 여파에 따라 저가를 무기로 삼아온 업체들도 줄인상을 단행하고 있었던 만큼 위기감이 엄습할 것"이라며 "편의점의 초저가 커피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시장 전반의 가격 경쟁력을 재편할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