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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이 구원투수로…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해법은

  • 2025.10.01(수) 07:20

스타벅스 성공 이끈 이석구 대표 선임
최대 난제 임대료 협상 해법 찾아야
신라와 달리 사업권 반납 시 존립 위기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T2 향수 매장. / 사진=신세계면세점

신세계그룹이 위기에 빠진 면세사업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 신화'를 일궈낸 베테랑 경영인 이석구 대표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이 대표에게 가장 먼저 떨어진 중책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문제다. 그가 어떤 해법을 제시해 신세계면세점을 위기에서 구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테랑 경영인 등판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선임했다. 그는 지난 29일부터 출근하며 면세점 현안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1949년생으로 올해 76세의 베테랑 경영인이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물산을 거쳐 1999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2002년 조선호텔(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맡았고 2007년 말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신세계그룹

이 대표의 경력은 스타벅스에서 정점에 올랐다. 그는 2019년 3월까지 약 11년간 스타벅스의 CEO를 지내며 성장을 이끌었다. 스타벅스는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 대표의 재임 마지막해인 2018년에는 1조5237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전 세계 스타벅스 중 최초로 모바일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선보여 미국 본사에 역수출 한 것 역시 이 대표의 재임 시절 있었던 일이다.

스타벅스 대표에서 물러난 후 1년 5개월간 고문으로 활동하던 그는 2020년 8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 부문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23년 5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로 옮겼고 같은해 9월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 선임되며 다시 그룹 CEO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지난해 순매출 3283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을 달성하며 신세계 편입 이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수천억 손실에 신음

신세계그룹이 이 대표에게 신세계디에프를 맡긴 것은 그만큼 면세 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2조원대의 매출액을 내고도 영업손실 19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에 의존한 기형적인 사업 구조, 수천억원의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 등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천공항 임대료다.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입찰 당시 여객 1인당 수수료로 9020원을 제시해 낙찰됐다. 현재 인천공항의 월 이용객 수가 약 300만명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세계면세점의 월 임대료는 270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사진=윤서영 기자 sy@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청하는 조정신청서를 냈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신세계면세점 임대료를 객당 27.2% 인하하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즉각 이의신청에 나서며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이 강제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거부로 협상은 완전히 결렬됐다.

이 임대료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이석구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대표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대로 임대료를 납부하며 사업을 지속하거나, 본안 소송을 이어가거나,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세 가지다. 

임대료를 계속 납부할 경우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 이 부담은 더 증가한다. 그렇다고 소송을 하는 것도 부담이다. 소송을 진행할 경우 수십억원의 인지세를 납부해야 하고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철수할 수 있을까

신세계면세점과 같은 입장이었던 신라면세점은 지난 18일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2033년 6월까지였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위약금은 약 1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처지가 다르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면세업 외에도 호텔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인천공항점 철수에 따른 타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부산점을 폐점하면서 현재 서울 명동점과 인천공항점만 운영하고 있다. 만약 인천공항에서도 철수한다면 서울 시내 면세점만 남게 된다. 수천억원의 위약금 부담은 물론 회사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달 31일면세점 명동점을 방문한 중국 대규모 단체 모습. / 사진=신세계면세점

면세업계에서는 이석구 대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스타벅스와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 보여준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혁신과 돌파구를 찾아낸 전문경영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 상황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가 관건이다. 또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임대료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와 면세사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석구 대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면세점을 이끌게 된 만큼 인천공항공사와의 협상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그를 투입한 것 자체가 면세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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