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돌아왔는데
올해도 면세업계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국내 관광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지만 면세업계는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1582만명으로 전년 대비 15.2% 늘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동기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방한 관광객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은 해는 2019년(1750만명)이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면세점 이용객도 증가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면세점 이용객은 2451만명으로 전년(2406만명)보다 1.9% 늘었다. 외국인 이용객 수는 904만명으로 전년(802만명)보다 12.7% 증가했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1~10월 면세점 매출은 10조4178억원으로 전년(12조4521억원)보다 16.3%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면세점 매출은 2019년(24조8586억원)의 반토막에 불과한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면세점 내 외국인 고객들의 1인당 지출액도 올 1~10월 86만원에 그쳤다. 전년(127만원)보다 32.3% 감소한 수치다.
면세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이 바뀐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면세점에서 고가 명품을 구매하던 관광객들이 CJ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이른바 '올다무'로 발길을 돌렸다. 가성비 높은 K뷰티·K패션 제품을 거리 상점에서 구매하는 개별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은 타격을 받았다.
고환율도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00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상승했다. 해외 브랜드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내국인들의 면세점 구매마저 위축됐다. 이 때문에 주요 면세점들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3분기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각각 315억원, 94억원,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불 끄는 면세점
주요 면세점들의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지난해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이 인력을 줄인 데 이어, 현대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올해 초 각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면세점은 더 강력한 수를 뒀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기업간거래(B2B)를 올 1월부터 전면 중단했다. 다이궁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한 후 중국 소매시장에 되파는 사람들을 말한다. 면세점들이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막대한 송객수수료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간 롯데면세점 매출의 50%는 다이궁으로부터 나왔다. 롯데면세점은 매출 절반을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면세점은 이 결정으로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전년(2조4478억원)보다 17.1% 감소한 2조29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401억원을 벌어들이며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22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내면세점 폐점도 이어졌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부산점을 폐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2년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인수해 부산점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특허권을 조기 반납했다. 신세계는 면세점이 빠져나간 센텀시티 공간을 복합쇼핑몰로 전환했다.
현대면세점도 지난 7월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했다. 2020년 문을 연 지 5년 만이다. 1호 면세점인 무역센터점도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이 폐점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은 7곳으로 줄었다. 2019년 13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도 '못 버티겠다'
시내면세점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철수가 이어졌다. 면세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협상에 실패하면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감면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매출은 2019년의 72% 수준에 그쳤지만, 여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면서 임대료 부담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사 측이 이를 거절하자 두 면세점은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신라면세점 임대료를 25%, 신세계면세점 임대료를 27.2% 낮추라는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했고 공사 역시 계약을 지켜야 한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결국 신라면세점은 지난 9월 인천공항 DF1(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 제1·2터미널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두 면세점이 각각 내야 할 위약금은 약 1900억원 수준이다.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중도 철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앞서 2018년 롯데면세점이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182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 떠난 바 있다.
내년에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떠난 자리에 대한 재입찰이 진행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1일 신라·신세계가 반납한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재입찰을 공고했다. 객당 임대료는 DF1에서 5.9%, DF2에서 11.1%씩 낮췄다. 이번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재입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1위 면세기업인 중국 CDFG, 태국 킹파워 등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