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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접느냐…신세계면세점의 선택은

  • 2025.10.27(월) 07:20

300억원 달하는 월 임대료에 '휘청'
신라는 철수 결정, 신세계도 따라갈까
공항면세점 향후 입찰 흥행 여부 '미지수'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T2 향수 매장. /사진=신세계면세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업계 간 임대료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면세점 이용객은 예전만 못해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신라면세점은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인천공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법원의 '보정 명령'을 기다리며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승자의 저주

그동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에는 주요 면세업체들이 참여해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인천공항은 외국인 관광객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그런만큼 유동 인구가 보장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황금 입지'였다. 글로벌 허브 공항이 갖는 상징성도 커 사업권을 확보하는 것이 면세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유리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진행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4기(2023~2033년) 사업자 선정 입찰에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섰다. DF1과 DF3 구역은 신라면세점이, DF2 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각각 사업권을 따냈다. 입찰 당시 신라면세점은 여객 1인당 수수료를 약 1만원으로,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으로 제시했다.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사진=호텔신라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 신라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 개시 2년 만에 DF1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4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공사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신라는 1900억원의 위약금을 부담하고 지난달 DF1 구역 사업권 반납을 확정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비슷한 처지다. 신세계는 올해 5월 법원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공사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인천공항의 월 이용객 수가 약 300만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면세점의 월 임대료는 270억~3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신세계는 인천지방법원의 '보정 명령'을 기다리며 대응 방안을 조율 중이다.

물 건너간 입찰 흥행

이번 임대료 갈등은 겉으로 보기엔 사기업의 과도한 요구처럼 비칠 수 있다. 입찰 당시 조건에 스스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세업계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천공항의 임대료 체계는 과거 '고정 임대료' 방식이었다. 매출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 대응이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여객 수 연동제'다. 이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객 수에는 매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미성년자·환승 고객도 포함된다. 여행 수요가 회복돼도 면세점 매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결국 이번 갈등은 일시적 마찰이 아니라 제도적 한계가 불러온 문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런 인천공항 면세점의 위기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발을 뺀 곳도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4기 면세점 입찰 당시 보수적인 입찰가를 써내 결국 최종 탈락했다. 당시에는 롯데면세점 탈락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면세업계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그래픽=비즈워치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공항점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내국인은 온라인 면세점을,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시내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공항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니란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천공항 면세사업의 매력도가 반감됐다"며 "높은 임대료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다음 입찰에서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느냐 접느냐

이제 남은 것은 신세계면세점의 선택이다. 법원은 지난달 인천공항에 입찰가 대비 임대료 27% 인하를 권고하는 강제조정안을 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다. 강제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 결국 사건은 조정 절차를 벗어나 본안 심리로 넘어갔다.

신세계면세점은 법원의 명령을 수령하면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법원은 답변서를 토대로 조정안 수용 여부를 판단하거나 본안 심리를 개시한다. 선택지는 세 가지다. 현 수준의 임대료를 감내하며 사업을 유지하거나, 본안 소송으로 맞서거나, 철수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사진=윤서영 기자 sy@

다만 신세계면세점이 신라면세점처럼 과감한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시기 강남점과 부산점을 이미 폐점해 현재 명동 본점만 남은 상황에서 인천공항점까지 철수하면 사실상 면세사업 존속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약 1900억원의 위약금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모회사인 신세계백화점에게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정기 인사를 통해 선임된 이석구 대표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부임 직후 면세사업 정상화와 인천공항 임대료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이 철수를 선택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법원 판결 결과를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인천공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양측 간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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