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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①‘주주 이익’ 명분의 권력 투쟁

  • 2013.11.11(월) 11:17

KB금융 박동창은 진정 권력 투쟁의 희생양인가?


‘금융회사 경영진이 내부 정보를 외부 기관에 넘겼다. 외부의 세력을 동원해 경영 갈등을 해결하려 한 초유의 사태다.’


올해 초 KB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와 경영진 간 충돌을 표현하는 문장들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지난 10월 10일, 이 초유 사태의 한 축인 어윤대 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 박동창 부사장에겐 ‘감봉’이라는 징계 결론을 냈다.

애초 금감원이 토론에 부친 징계안은 ‘직무집행정지’와 ‘문책경고’. 제재심이 권고한 징계 수준은 상당히 낮아졌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한 다툼은 아직 진행형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제재심의 결정을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고심하는 것 같다”고 전했으나, 최종 사인(sign)이 늦어지는 이유를 명쾌히 들을 수는 없었다. 제재심은 자문기구여서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징계 수위를 꼭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과 다르게 징계 수위를 결정했던 적도 없다.

◇ 이사회•경영진 모두 ‘주주 이익’을 위해서…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명분은 ‘주주 이익’이다. ING생명을 사는 것이 주주에게 이익이고, 더 싸게 사기 위해 경영진에 제동을 건 것도 주주 이익을 위해서다. ‘주주 이익’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KB금융 사태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저 현상적으로 드러난 그야말로 명분이라고 보는 게 더 솔직하다.

지난해 말부터 KB금융 이사회와 경영진은 계속 갈등이 있었다. 서로 마지막 종은 치지 않으면서…. 갈등 해결을 위해 마련한 중국 미팅에서조차 고성이 오가며 끝을 맺었으니, 그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도 대충 짐작하고도 남는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놓고 보면 마지막 종은 박동창 부사장이 친 것이 됐다.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제공한 자료가 문제다. ISS에 제공한 정보가 금융지주회사법상 절차 위반이라는 것이 이번 검사 결과의 핵심이다. 박 부사장은 이런 ‘금감원의 징계 사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리 논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적용할 법을 수차례 변경했다. 제재심의 일부 민간위원도 관련 법 적용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권고한 징계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 권력 투쟁의 룰이 없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경영 갈등이다. 이사회와 경영진 간 의견 또는 경영 전략의 차이가 조직 안에서 소화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경영 갈등이 토처럼 밖으로 튀어나왔고, 이사회와 경영진, 감독 당국까지 모두를 더럽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실 경영 갈등은 다른 주식회사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KB금융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다른 데서도 있는 일이 유독 KB금융에서만 크게 드러난 것은 그들의 지배구조가 엉성하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조직 내 의사결정시스템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는 하다.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경쟁을 위한 게임 룰이 KB금융 안에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는 있더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보통은 경영진이 어떤 계획에 대해 이사회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계획을 포기하는 게 정상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만약 경영진이 계속 막무가내로 고집하면 이사회는 절차를 밟아 해임하면 된다. 설사 이번에 문제가 된 내부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손댈 것이 아니라 KB금융지주 내에서 절차를 밟아 경영진을 교체하면 되는 일이다. 주식회사 KB금융에서 이런 상법상의 기본적인 룰이 작동하지 않으니 감독 당국이 나설 빌미를 줬다(또는 처음부터 그것을 원했다).

경영진은 왜 이사회를 설득하지 못했고, 이사회는 왜 그런 경영진을 해임하지 않았는가가 이번 KB금융 사건의 핵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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