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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③ISS 사건을 둘러싼 두 가지 의문

  • 2013.11.11(월) 11:17

KB금융 박동창은 진정 권력 투쟁의 희생양인가?


권력 투쟁의 핵심은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일이다. 적군과 내 편을 알아야 싸움이 된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면 전쟁은 백전백패다. ISS 사건과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있다. 박동창 부사장은 중징계를 받았는데 어윤대 회장은 경징계에 그쳤다. 누구도 어 회장과 박 부사장이 한편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데, 징계의 내용이 다르다.


◇ 박동창이 어윤대에게 ISS 건을 보고 하지 않았다?

징계 수위가 이처럼 결정된 데는 박 부사장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은 현재도 ISS 접촉과 정보 제공 사실을 어윤대 회장에게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ISS 정보제공은 당시 내 신분으로 당연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어 회장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증언은 결국 어 회장이 중징계를 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채 관리감독상의 문제만을 지적받은 결과다. 그러나 이런 권력 투쟁 과정에서 박 부사장이 정말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어떠한 보험도 없이 정보제공을 실행에 옮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박 부사장이 당시 임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임 사장은 내 편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당시 박 부사장이 임 사장을 건너뛴 몇몇 행동에 대해 사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박 부사장이 ISS에 대한 정보 제공과 관련해 임 사장과 어 회장에게 일언반구 보고도 없이 했다는 증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ISS는 받은 정보를 그대로 활용했나?

ISS는 알려진 대로 미국의 주총안건 분석기관이다. 미국 MSCI Barra의 자회사다. MSCI 바라는 MSCI 지수를 발표하는 곳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모건스탠리가 최대주주다. ISS는 주총안건을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해 관련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권고 형태의 보고서를 낸다.

박 부사장의 중징계 사유를 보면 금융지주회사법의 절차를 무시하면서 ISS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잘못된 정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만약 잘못된 정보라는 객관적 사실이 인정받으려면 ISS가 박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제공한 내용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권고했을 때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ISS는 당시 KB금융지주회사의 주총 안건 중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박 부사장의 ING생명 인수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들을 걷어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ISS에 정보를 제공했다면 박 부사장이 제공한 대로 ING생명 인수에 반대한 인사들에 대해 반대 권고안이 나와야 상식적이다.

그러나 당시 세 명의 이사 선임(두 명 재선임, 한 명 신규 선임)과 관련해 ISS의 반대 권고엔 ING생명 인수 관련해서 경영진의 의견에 찬성한 사외이사 후보도 있었다. 이런 사실은 단순히 제공된 정보가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악의적 또는 임의로 활용하기 위해 사용됐다고만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물론 범죄가 실패했다고 해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면 애초부터 그 과정은 권력 투쟁과는 무관하게 상식선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 ISS가 그들의 독자적인 판단 규칙에 따라 취득한 정보를 해석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만약 그렇다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수준에서 제공된 ISS 정보제공이 다른 측에 의해 활용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할 듯하다. 이런 점이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으면서 게임에서 진 측이 져야 할 책임의 명분만을 찾아 나선 꼴이 된 금감원도 여러 면에서 체면을 구긴 검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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