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부동산 경기·가계부채 사이 '정치금융', 통할까?

  • 2015.12.14(월) 12:04

고민은 많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
총선 직후로 미룬 '지방 적용' 정치금융 자초

정부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가계부채 카드를 꺼냈다.

부동산 경기와 가계부채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대출 총량보다는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예외를 둬 대출 절벽 가능성이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세심하고, 균형잡힌 대책이라는 정부의 자평과는 달리 부동산 대책인지 가계부채 대책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결국, 상황을 모면하는 데 급급해 가계부채의 뇌관 해체는 또다시 미뤘다도 평가도 나온다. 지방에 대해선 4월 총선 후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늦추면서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 14일 오전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이 금융위 기자실에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가계부채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사실상 마지막 가계부채 카드

정부가 14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도 가계대출 총량보다는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적용해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차원이다.

정부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세심하게 이번 대책을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9년 만에 금리인상과 함께 긴축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내 경제 상황 역시 칼날 위에 서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부동산 대출 규제를 무장해제하고, 재정을 대거 투입해 경기회복의 불씨는 살려놨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고, 오히려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오히려 부동산 연착륙에 더 신경

정부는 이에 따라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오히려 부동산 경기 연착륙에 더 신경을 썼다. 향후 책임 논란을 의식한 듯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다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는 저금리 장기화, 그에 따른 전셋값 상승, 주택시장 정상화 및 구조 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면서 “가계부채 대책은 민간 소비와 주택시장 등 실물경제 여건을 고려해 균형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집단대출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아파트 집단대출이 급증하면서 2~3년 뒤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번에 명시적인 규제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집단대출은 시행·시공사 등의 보증을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차주의 상환 여력만 보긴 어렵다는 변명만 내놨다.

정부는 아울러 여신 심사 강화 방안 역시 기존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신규 대출로 한정해 파장을 최소화했다.

 

▲ 아파트 집단대출 증가 추이


◇ 유연성 vs 애매모호…실효성 논란

그러다 보니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번 대책은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데다, 다양한 예외도 인정해 당장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앞서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면서 DTI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대책도 없다. IMF는 최근 한국은행과의 공동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가계대출이 “이자율 상승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건전성도 양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안심전환대출 등을 통해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 가계부채 구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물론 정부의 지적대로 반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돈줄마저 갑자기 조이면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여전히 정치적인 잣대가 우선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정치적인 잣대에 묶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부채 뇌관을 적극적으로 해체하기보다는 일단 시간을 버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지방에 대해 DTI 적용을 공교롭게도 4월 총선 직후인 5월로 미루면서 정치적인 논란을 자초했다. DTI를 적용하면 지방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를 그대로 수용한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은 그동안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적응기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두세 달의 시차를 둔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