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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율화 1년]③큰 변화, 안일한 대응

  • 2016.10.19(수) 14:54

배타적 사용권 증가 등 긍정적 변화도
"단기 실적에 매몰…아직 갈길 멀었다"

'경쟁과 혁신을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고' 1년 전 금융위원회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대목이다. 그러나 보험업권 안팎에선 보험료만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융위가 강조한 자율성 확대를 통한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보험 자율화 이후 1년간 변화의 의미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밖에선 규제 완화했다고 좋을 거라고들 하는데, 안에선 사실 더 힘든 면도 있습니다. 입사한 뒤 이 정도 압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요새는 달라요. 보험사들이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가 많아서 그런지. 차라리 당국이 규제할 때가 좋았다는 농담을 할 정도예요."

한 보험회사 직원의 하소연이다. 민간 기업이 '요즘 어렵다'고 하지 않은 적이 언제 있겠냐만은, 이번엔 정말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직원뿐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도 감지된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전체 보험산업의 내년 보험료 성장률은 2.2%에 그칠 전망이다. 이미 올해만 해도 3.2%로, 전년 5.5%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졌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보험 권역 역시 힘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새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 도입과 설계사 조직 변화 등 대내적 변화, 인공지능이나 핀테크 산업 발달에 따른 대외적 변화 등 업권 전반에 변화가 들이닥치고 있다는 점 등은 보험사들을 바싹 긴장하게 하고 있다.

▲ 자료=보험연구원

◇ 차 보험 신상품 출시 등 긍정적 변화도


올해 보험 업계에선 이런 흐름에 따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올해 보험사들이 획득한 배타적 사용권은 13개다. 전년 8개보다 많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중 동부화재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활용 안전운전 특약'과 KB손해보험의 '운전자 공유 보험' 등 자동차보험 관련 상품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점이 눈에 띈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지난 수년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사례가 없었다.

국내 시장 포화로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삼성화재와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은 수년 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최근 흑자 전환했거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에 대응하기 위한 외화증권, 부동산 등 해외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 "갈 길 멀어"…단기 성과 치중 여전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보험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위기와 함께 들이닥치고 있는 변화의 파도는 거센데, 이에 대응하는 보험사의 태도는 아직 안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게 바로 IFRS4 2단계 도입에 대응하는 보험사들의 태도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많았지만, 보험사들은 도입 연기만을 외쳤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국제회계기준(IFRS) 보험편의 도입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전문가들은 보험사나 최고경영자(CEO) 들이 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분위기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는 그동안 실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몸집 불리기가 가능했고, 이에 따라 매년 더 높은 성장만을 추구해왔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 [보험 자율화 1년]②혁신은 어디로

◇ 핀테크·인공 지능 등 미래 대비 부족

이처럼 당장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도 힘에 부치다 보니 미래 변화에 대응할 여력은 더욱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높아졌던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관심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손해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긴 했지만, 관련 사례를 수집·정리하는 정도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시장 전반에 불고 있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보험 업계에선 '다른 나라 얘기'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들은 핀테크를 접목한 데이터 측정 방법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당장 실적을 위해 보험료만 올리는 식의 경영은 조만간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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