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기업 설비투자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 설비투자는 2년 연속 1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산업은행이 국내 35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비투자 계획을 보면,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179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설비투자 규모는 154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7% 늘겠지만, 중소기업은 25조1000억원에 그치면서 13.2%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설비투자는 경영 환경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대로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설비투자는 90조7000억원으로 4% 늘고, 비제조업은 89조원으로 3.5% 줄어들 전망이다.
제조업 중에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은 투자가 늘겠지만, 수요 부진과 설비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등은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비제조업의 경우 택지공급과 SOC예산 감소 등의 여파로 부동산과 건설업종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설비투자 실적은 17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성장과 수출이 주춤한 데다, 일부 산업의 설비과잉에 따른 여파가 컸다. 올해 상반기 제시한 설비투자 계획인 18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98.4%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2.1% 늘렸지만, 중소기업은 13.6%나 줄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설비투자는 1.7% 늘었고, 비제조업은 3%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내년엔 세계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은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반면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내수기업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