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올해도 연간 기업 여신 공급액을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창립 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업 여신 공급을 줄인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입은행이 주력해왔던 국내 조선·해운업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탓이다.
◇ 올해 여신공급 67조원…지난해 比 8조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23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7년 사업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대출과 투자로 53조원, 보증 14조원 등 총 67조원의 여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실제 기업에 공급한 69조 2000억원보다 2조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수출입은행) |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초 내놓은 공급 계획은 75조원이었는데, 경기 악화가 지속하면서 실제 공급액은 더 줄었다. 올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계획보다 공급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덕훈 행장은 "수출입은행이 69조원의 여신을 공급하면서 수출회복과 주력산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해외건설 수주액은 10년래 최저인 280억불에 그쳤고 선박 수주액은 39억불로 90년대 이후 가장 적었으며 수출액은 58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다만 조선, 해운 등 주력 수출산업이 침체하는 것에 대응해, 신성장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와 에너지신산업, 정보통신기술 융합, 미래운송기기 및 소재, 유망소비재 등 5대 분야를 수출형 신성장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신성장산업 지원에 지난해보다 44% 확대한 6조 5000억원을 배정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도 지난해 24조원에서 26조원으로 확대한다.
수출입은행은 또 기존의 수출금융,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개발금융으로 나눠 운영하던 기능을 통합해 '신시장개척단'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의 다양한 정책금융기능을 포괄적으로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10대 신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 이덕훈 행장 "조선·해운 나아질 것, 포기 말아야"
이 행장은 조선, 해운 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에는 다소 나아지리라 기대했다. 그는 "(조선·해운업은) 올해 작년보다 조금 나아질 것 같다"며 "조선·해운업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과 해운업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수출 인프라인 해운을 포기하는 것은 경부고속도로를 남들이 마음대로 운영하도록 놔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세계 1위인 조선업을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3월이면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 행장은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외부 출신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고 대주주 격인 정부가 필요에 의해 정하는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가 수출입은행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